‘일렉트릭 스테이트’ 저자 시몬 스톨렌하그
과학소설(SF)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사례는 흔하지만 SF에 일러스트가 삽입되는 경우는 드물다. 일러스트가 독자에게 상상력을 제한하는 독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디지털 아티스트이자 시각 스토리텔러인 시몬 스톨렌하그(사진)는 이 같은 문법을 넘어 SF와 그래픽 노블을 결합하는 독특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작품은 SF이면서 1997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물이기도 하다. 7년 넘게 이어진 인류의 전쟁에서 무인병기(드론)와 조종사 간 지연 없는 데이터 처리를 위해 뇌를 연속적으로 연결하는 뉴로 기술이 발전한다. 이는 현재 가상현실(VR) 기기와 비슷한 ‘뉴로캐스터’ 개발로 이어지고, 뉴로캐스터는 텔레비전을 대체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뉴로캐스터의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사람들이 온종일 여기에 연결돼 머물게 된 것. 심지어 먹고 자는 일도 잊은 채 열중하다 하나둘 죽어간다. 뉴로캐스터의 서버만이 황폐한 도시의 밤을 밝히고 그 사이를 무인 드론이 케이블을 연결하기 위해 이동한다. 작품은 이 같은 디스토피아 세상에 홀로 던져진 소녀 ‘미셸’이 작은 로봇 ‘스킵’과 함께 동생을 찾아 나선 여정을 그린다. 시종일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충격을 준다. 마지막에 드러난 동생의 정체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설정으로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읽게 만든다. 작가는 “‘미셸’은 자신이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뉴로캐스터’의 신경학적 세뇌는 “구세대의 낡은 신앙이 다음 세대에 강제로 세뇌됨을 상징한다”며 “부모세대가 우리에게 남겨준 사회에 직면한다는 것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웨덴 작가로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성장기였던 1990년대,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과도한 소비주의적 대중문화로 뭔가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캘리포니아 북부를 돌아다니며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고, 자신이 다닌 경로를 미셸과 스킵이 밟은 여정의 청사진으로 삼았다고 했다.
한편 작가가 인류가 자멸하는 모습을 담아낸 일러스트 65장은 압도적 풍경을 연출한다. 실재할 것 같은 기묘한 일러스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결합한 작가의 작업 방식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일러스트 한 장당 평균 4∼5일이 소요된다”며 “스타일러스 펜과 태블릿을 이용해 디지털 방식으로 작업하지만 전통적 작화 기법에 가까운 환경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술의 발전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작가의 전망은 어떨까. 작가는 “기술은 인류를 파괴하는 데 이용될 수 있지만 우리를 구원해주는 유일한 것”이라며 “전 세계의 정치 변화를 보면 자칫 비관론자가 되기 쉽지만 이에 대항하는 문화도 강하게 자리 잡은 만큼 인류의 미래에도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저자 사진 Fredrik Bernhol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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