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선명한 논리통해 여론환기
日 ‘바세나르체제 저촉’ 논리엔
“전략무기통제, 엄격 운용” 대응
다른 회원국 지지발언도 기대
日 “수출통제 WTO위반 아냐”
‘강제징용 쟁점화’막는데 주력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역행하는지를 놓고 한·일 양국이 23일 국제무대에서 두 번째 여론전을 펼친다. 정부는 지난 9일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이 문제의 부당성을 지적했음에도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날 WTO 일반이사회에서 공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각국의 우려를 끌어내고, 한국에 대한 지지 입장을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일본은 강제징용 갈등과 무관한 자국의 수출 관리 문제라는 논리로 한국의 공세를 방어하면서, 이 문제가 WTO에서 쟁점이 되지 않도록 진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가 14개 의제 중 11번째로 다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9일 상품무역이사회 때보다 더 치밀하고 강력한 논리로 일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일 “일본의 조치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무역 제한”이라며 수위 조절을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강제징용’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할 방침이다. 일본이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써 수출 제한을 실시했다는 선명한 논리를 통해 WTO 가입국의 여론을 환기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글로벌 공급망과 자유무역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할 전망이다. 또 일본이 수출 제한 조치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바세나르 협약 저촉 문제는 한국이 전략무기 수출 통제 체제를 일본보다 더 엄격하게 운용 중이라는 논리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몇몇 국가가 일본의 수출 제한이 자유무역 체제에 역행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 우호적인 국제 여론이 형성되면 향후 일본의 보복 조치 철회와 WTO 제소 시 승소를 이끌어내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가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의제화된 지난 9일 상품무역이사회에서는 한·일 당사국 외에 다른 국가들이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몇몇 국가가 지지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양자가 대립 중인데 그 사이에 끼어서 한쪽 편을 들어주는 나라는 별로 없지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 미국 블룸버그 등 외신들도 일본의 경제 보복이 WTO 체제에 역행한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WTO 체제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만큼 몇몇 국가가 이번에는 발언에 나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한국의 공세를 방어하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도록 진화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대한 추가 경제 보복을 예고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면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한국 측 주장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로 일단은 ‘바세나르 체제’를 다시 들고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21일 참의원 선거 직후에도 “바세나르 체제 등 국제 루트 하에서 안보를 목적으로 (수출)운용을 재검토한 것으로 대항(보복) 조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바세나르 체제는 재래식 무기와 전략 물자 등의 수출을 통제하는 국제협의체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은 한국 등 많은 국가가 바세나르 체제를 따르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수출 통제가 WTO 위반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며 “정부는 이런 일본의 논리에도 반박할 근거를 충분히 준비해서 이사회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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