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역보복 여파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본 방문 기피 및 일제 상품 불매 촉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재팬타운 상가의 한 일식집에 빈자리가 상당수 보인다.
일본의 무역보복 여파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본 방문 기피 및 일제 상품 불매 촉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재팬타운 상가의 한 일식집에 빈자리가 상당수 보인다.
이촌동 ‘일본인 거리’ 가보니…

우동·돈가스집 곳곳에 빈자리
일본 맥주 대신 국산 판매계획
일본 과자 재고도 수북이 쌓여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 음식과 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자영업자들에게 타격이 미치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재팬타운은 한산했다. 1970년대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이 모여들어 형성된 재팬타운은 ‘일본인 거리’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 관련 식당과 소매점이 즐비해 있지만 최근 빚어진 한·일 무역 갈등의 충격이 느껴졌다. 우동과 돈가스 등 일본식 전통 도시락을 판매하는 박모(여·65) 씨는 “일본 사람이 일본 음식을 하는 거로 인식이 돼서 그런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며 “어림잡아 계산해도 매출이 최근 5∼6일 사이에 30% 넘게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면 버텨 보겠지만, 2∼3개월 넘게 이어져 손해를 많이 보면 장사를 접을 생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 아파트 상가 지하 1층의 일본 가정식집에도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8) 씨는 “손님들 중에 일본 사람이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매출이 대략 10∼15% 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동네 단골 손님들보다는 블로그 등 맛집 소개 글을 보거나 소문을 듣고 오던 외지인들이 특히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 씨는 “일본 생맥주 판매량도 확실히 줄었다”며 “아사히와 레드락 맥주를 팔고 있는데 ‘일본음식점’이란 이유로 국산 맥주인 레드락도 일본 제품이냐고 묻는 손님들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제품을 파는 소매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상가에서 40년 넘게 일본 과자를 판매해 온 A 씨는 “손님들이 아예 가게에 오지조차 않아 장사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고 토로했다. A 씨의 가게에는 팔리지 않은 과자만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A 씨는 “이미 입고된 물건들도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죽하면 카드 결제기 자체를 쓰지 않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정부가 일본에 반대만 하지 말고 일본과의 관계를 잘 풀도록 타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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