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모바일 ‘부동산 허위매물 주의보’
임대유형·가격·입주일 ‘허위’
아예 있지도 않은 집 게시도
지난해 거짓매물 5만9785건
2017년 2만7709건의 ‘2배’
윤리의식 없는 업체 눈속임
보금자리 찾는 고객만 눈물
◇인터넷 믿었다 헛걸음 =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나모(여·26) 씨는 지난해 말 한 회사에 취업한 새내기 직장인이다. 최근 여의도로 출퇴근을 하게 된 나 씨는 기존의 집과 근무지의 거리가 멀어 여의도 근처에 원룸을 얻기로 하고 지난 5월 초쯤 부동산 중개 모바일 앱과 포털 사이트의 인터넷 카페를 이용해 원룸을 알아봤다. 그러나 소개 글을 올린 부동산을 찾아가 보니 인터넷 화면에 올라와 있는 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훨씬 작은 크기에 이미 노후한 건물이라 나 씨의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던 것. 부동산 중개업자는 나 씨에게 “인터넷에 방이 있다고 올라와도 이 동네에는 원래 전세가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망하는 나 씨에게 중개업자는 근처의 다른 원룸들을 보여줬지만, 나 씨가 처음 찾던 조건과는 동떨어진 방들뿐이었다.
나 씨처럼 온라인을 통해 집을 찾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방식이 됐다. 부동산 매물이나 전세·월세를 구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바일 앱 ‘직방’과 ‘다방’은 각각 1000만 명 이상이 내려받기했다. 부동산 중개 커뮤니티로 가장 유명한 네이버 카페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역시 회원 수가 약 268만 명에 달한다. 각 지역 부동산들도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에 매물 정보를 올리며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문제는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임대 유형이나 가격·입주 가능일 등을 허위로 게재하거나 아예 있지도 않은 집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서 집계한 부동산 허위매물 연도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허위 매물 신고 건수는 11만6012건을 기록, 2017년의 3만9269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가운데 실제 허위매물로 파악된 건수도 5만9785건에 달해 2017년의 2만7709건의 두 배를 넘었다. 올해도 지난 6월까지 허위 매물 신고 건수가 3만8087건에 이르렀고, 실제 허위 매물도 2만2347건에 달했다.
◇포털 사이트도 무방비 =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여·35) 씨는 최근 전세 계약 만료일이 다가와 새집을 구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현재 거주하는 단지에 계속 살고 싶었던 김 씨는 같은 단지 내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느라 포털 사이트의 인터넷 부동산을 먼저 들여다봤다. 해당 사이트에는 이 아파트 단지의 전셋집이 총 50여 건, 특히 김 씨가 원하는 평형대의 전셋집은 20여 건이나 올라와 있었다.
김 씨는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주변의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직접 찾아갔지만, 막상 상담을 받은 후에는 같은 단지에서 다시 전세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측은 김 씨가 인터넷에서 보고 온 전셋집들에 대해 “괜찮은 물건은 얼마 전에 계약됐고, 남은 물건은 내부 상태가 안 좋아서 실수요자들한테 권유하지 못할 정도”라며 “그냥 집을 사는 것은 어떠냐”고 되물었다. 며칠 후 부동산 측은 김 씨에게 “지금 사는 곳 옆 단지에 같은 평형대의 전셋집이 나왔다”는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이 매물은 김 씨가 인터넷 부동산에서 알아봤던 지금 살고 있는 단지의 전셋집보다 보증금이 6000만∼7000만 원 정도 높은 물건이었다. 인터넷 부동산의 정보를 믿었던 김 씨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이 예상보다 비싼 인근의 단지로 전세를 구해 이사를 가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매입해야 할 상황이 됐다.
◇다양한 허위 매물에 업계도 대책 마련 중 =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허위매물 기재 유형은 △매도자 사칭 △경매매물 게재 △거래완료 매물 게재 △허위가격·허위정보 기재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허위가격을 부동산 중개업자가 매도자가 의뢰한 실제 가격보다 낮춰서 매물 광고를 올리고 소비자에게서 연락이 오도록 유인하는 소위 ‘미끼매물’ 사례다. 이미 다른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가 완료됐는데도 노출을 종료하지 않아 소비자가 오인하도록 하는 사례도 있다. 또는 아예 처음부터 매도자의 동의 없이 광고를 멋대로 올리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매물이 만연할수록 신뢰성 하락 등 피해를 보는 부동산 중개 앱 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직방은 지난 2월 허위매물 사례를 분석하고 사례별로 대응 방안을 연구하는 등 효율적인 대응책을 위해 사내에 ‘허위매물아웃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의 구성원들은 기존에 허위매물 차단 정책을 만들고 집행했던 고객안심팀 매물검수파트와 일선 현장에서 부동산 중개 경험이 있는 연구원들이다. 다방 역시 사용자들의 허위매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빅데이터 시스템을 가동, 허위매물일 가능성이 높은 매물을 자체적으로 걸러내고 있다.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매물검수팀을 운영해 모든 매물을 실시간으로 검수하고, 사용자들의 신고와 리뷰를 통해 허위매물이 사후적으로 도태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허위매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허위매물인지 판단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쉽진 않지만, 현행 규정보다 온라인으로 부동산을 거래할 때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중개업소 대표뿐만 아니라 자격증이 없이 보조업무를 할 수 있는 중개보조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보수 교육 대상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연·최지영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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