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싸인’ 마케터로 활약
국과수 드나들며 남편도 만나
‘한국판CSI’評… 시즌제 성공
“시즌3 만든다면 참여하고파”
“법의관의 디테일한 부검 장면 집필의 비밀요? 철저한 사전 취재와 자료 수집,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의관으로 일하는 남편의 외조 덕분에, 하하.”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는 이번에 시즌2를 맞았다. 지난해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지상파에선 처음으로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 사례를 일궜다. 국과수를 배경으로, 괴짜 법의관 백범(정재영)과 열혈 여검사 은솔(정유미), 베테랑 검사 도지한(오만석)의 특별한 공조를 그리고 있다. 4∼6회마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여주는데 치밀하면서도 스릴 넘치는 스토리로 매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1회 3.7%에서 시작한 시청률은 지난 23일 방영된 29∼30회에서 9.5%까지 치솟았다. 마니아들은 ‘검법남녀’를 ‘한국판 CSI’라고 칭찬한다. 그 뒤엔 영화 마케팅을 거쳐 작가로 변신한 민지은(42)의 땀이 숨어 있다.
“시즌1에 이어 2까지 사랑해주시니 감사하면서도 얼떨떨할 따름이에요. 작가로서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칭찬을 해주시니 과분합니다. 지금 인터뷰도 너무 떨려요. 몇 군데 요청이 있으셔서 응했는데 일이 너무 커진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화여대 국문과 출신인 민 작가는 원래 영화 마케팅으로 일을 시작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건축학개론’(2012)을 만든 국내 대표적 제작사인 명필름에 들어가 제작 현장을 누볐다. 기자도 2006년 ‘마파도2’가 촬영 중인 전남 영광에서 민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심재명 대표와 일하며 경력을 쌓은 그는 독립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참이었다.
“그때는 참으로 겁 없이 용감했던 것 같아요. 힘들고 바빴지만 그 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9년간의 마케팅 경험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법을 익혔고, 영화 시나리오에 이어 드라마 극본을 쓰는 일까지 할 수 있었어요. 일단 영화 개봉일이 정해지면 어떻게든 마케팅을 마무리 짓는 게 몸에 뱄는데 아마 그때 습관 때문에 지금도 원고 마감을 어김없이 지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마케팅 전문가로 영역을 넓히던 그가 작가로 전업하게 된 건 SBS 인기 드라마 ‘싸인’(2011) 덕분이었다. 박신양 주연의 ‘싸인’은 국과수 법의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번째 드라마였다. 김은희 작가를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프리랜서로 마케팅을 담당했던 민 작가는 자연스럽게 김 작가의 극본을 미리 받아보면서 국과수 소재 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졌고, 중학교 시절 작가의 꿈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도전을 결심했다.
“현장을 자주 가다 보니 국과수 법의관들과 친해졌어요. 이걸 소재로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한 것 같아요. 남편을 소개받은 것도 바로 그때입니다.”
용기를 얻은 민 작가는 작품 기획서를 들고 윤제균 감독이 있는 JK필름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마케팅을 같이했던 동료가 마침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게 큰 도움이 됐다. 윤 감독의 응원으로 난생처음 영화의 각색을 맡았다. 바로 ‘스파이’(2013)였다.
“심재명 대표가 저의 첫 번째 스승이라면 윤 감독님은 두 번째 은인입니다. 작가로서 이야기의 기본 얼개를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신인 작가에게 ‘스파이’의 각색을 맡겨주신 윤 감독님께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거기서 ‘히말라야’(2015)의 시나리오도 쓸 수 있었습니다. 에베레스트를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제 머릿속으론 수백, 수천 번 갔다 왔을 정도로 취재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를 거쳐 드라마에 발을 디딘 건 MBC 단막극 ‘오래된 안녕’(2014)을 통해서다. 이어 SBS 2부작 ‘설련화’(2015)를 썼고, tvN 로맨틱 코미디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를 통해 16부작 미니시리즈 작가로 발돋움했다. ‘검법남녀’는 2016년 9월부터 기획해 시즌2까지 3년을 공들인 결과다.
“‘검법남녀’를 기획했을 때 두려웠어요. 처음 도전하는 장르물이고 16부작(32회) 미니시리즈였으니까요. 그러나 노도철 PD님이 절 믿어주셨어요. 70분짜리 드라마 2편이 영화 1편이라는 생각으로 썼어요. 16부작 안에 6∼7개의 개별 에피소드가 들어간 셈이죠. 이런 방식이 자연스럽게 시즌 드라마로 발전된 것 같아요.”
‘검법남녀’ 시즌2는 29일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 있다. 문제적 캐릭터인 장철(노민우)의 비밀이 드러나고 은솔과 도지한의 이야기도 마무리된다. 시청자들은 벌써 시즌3를 기대하고 있다.
“디자인 포스터를 만드는 친구 회사의 책상 하나를 빌려 단막극을 쓰던 때가 생각납니다. ‘신데렐라’ 집필 도중에 출산하러 갔던 아찔한 기억도 있고요. 지금은 이렇게 제 작업실에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시즌3가 나온다면 참여하고 싶고요. 앞으로 사람과 소통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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