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무기반입·군사연습 등
南, 자멸적 행위 중단하라” 위협
실무회담위해 美는 겨냥않은듯


북한이 전날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발사가 남측을 향한 ‘위력시위 사격’이라고 명시하면서 지난해 ‘4·27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조성됐던 한반도 데탕트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한국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 지원을 거부한 데 이어 신형 잠수함 건조와 함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하면서 남북 및 미·북 간 대화·협상 재개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추가적 저강도 도발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때에 깨닫고 최신무기 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서 ‘경고’라는 표현도 3차례나 나왔다. ‘남조선 당국자’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이전의 ‘긴장’ 국면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이 최근 대외·선전 매체들을 동원해 대남·대미 비난 수위를 높여왔으며, 이번 발언은 2월 말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최고 수위다. 특히 중앙통신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남측 정부에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에 구애받지 않고 경제협력을 진행시키자는 입장을 강조해온 북한이 결국 군사적 긴장 고조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착이 가능한 최신형 잠수함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무력 도발 수위를 높이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4월 이후 조성된 평화 국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비난 수위가 격해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북한은 최근 한국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하려던 쌀 5만t에 대해서도 수령 거부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북한이 대남 비방에 집중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등 미국을 겨냥하지 않은 것은 향후 실무회담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대화 국면은 유지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대가를 받으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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