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작가는

김탁환 작가는 단편이 주류인 한국 소설계에서 장편에 집중하는 보기 드문 소설가다. 김 작가는 지난 1996년에 등단한 이후 ‘나, 황진이’ ‘불멸의 이순신’ ‘노서아 가비’ ‘허균 최후의 19일’ 등 방대한 고증과 독창적인 상상력을 결합한 서사를 선보여왔다. 특히 김 작가가 18세기 실학파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식인 집단인 ‘백탑파’를 등장 인물로 내세운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목격자들’ 등 이른바 ‘백탑파 시리즈’는 역사추리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토록 고고한 연예’는 김 작가가 조선 후기에 살았던 유명한 광대 ‘달문’을 모델로 삼아 쓴 장편소설이다. ‘달문’은 연암 박지원의 소설 ‘광문자전’의 주인공인 ‘광문’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의로운 인품과 뛰어난 재주로 여러 사료에 기록된 인물이다. ‘달문’은 입이 귀까지 찢어지고, 귀는 어깨에 닿을 정도로 늘어졌으며, 눈썹 없는 왕방울 눈을 지닌 추한 외모의 사내였다고 전한다. 동시에 그는 수표교 거지 패의 왕초에서 인삼 가게 점원, 산대놀이 으뜸 광대, 도성 최고의 기생들을 거느린 조방꾸니, 조선 통신사의 재인(才人) 등 영역을 넘나들며 활약한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추한 외모는 오히려 뛰어난 재주를 부각했다.

그런데도 ‘달문’은 자신의 뛰어난 재주로 재물을 탐하지 않고 어려운 이들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부귀영화를 약속하며 곁에 있어 달라는 이들이 줄을 섰지만, 그는 끝까지 가난한 이들 곁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거리의 삶을 택했다. 김 작가는 매설가(소설가) ‘모독’의 눈을 빌려 조선 시정 세태와 ‘달문’의 휴머니즘을 현대적으로 그려냈다. 김 작가는 “나 자신의 인생 캐릭터”라며 ‘달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12월엔 ‘달문’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판소리도 공개될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 news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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