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원 ‘비급여 진료’ 몰두
보험 과다청구로 수익률 악화
1년새 3582억원 적자 늘어나

“정부, 건보 보장성 강화하느라
비급여 비용증가는 관리 못해”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 이후 일부 병원이 급여화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실손보험 가입 고객을 상대로 비급여 항목 검사를 늘리는 등 과잉 진료에 몰두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건보 보장성이 확대됐으나 국민은 의료비 경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실손보험 과다 청구로 보험사들의 수익률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실효성 있는 건보 보장성을 위해 합리적인 비급여 진료 관리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주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는 A 씨는 2018년과 올해 등 두 차례에 걸쳐 같은 병원에서 동일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다. 2018년 7월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비급여 진료 항목일 때 A 씨는 뇌 MRI 검사 비용 110만 원을 포함, 총 154만 원의 진료비를 부담했다. 이후 뇌 MRI 검사가 급여화됨에 따라 올해 5월 같은 증상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뇌 MRI 비용은 91만7000원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영양제 가격이 오르고 실손 보험을 통해 보장되는 각종 비급여 검사가 두 배로 늘면서 본인 부담금은 고작 11만 원 줄어든 143만 원이 됐다. 병원에서 진료 내역에 교묘하게 비급여 검사를 끼워 넣는 데다 자기 부담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진료 비용을 보험사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급여화 손실 보전을 위해 비급여 가격을 인상하거나 불필요한 비급여 검사를 확대하는 사례가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급증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는 병원 자체적으로 금액을 정하다 보니 가격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9년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용’에 따르면 도수치료 비용은 최저 3000원에서 최대 50만 원으로 166배의 차이가 났다. 백내장 수술 시 수정체를 대신해 시력을 교정하는 ‘조절성 인공수정체’ 비용도 62만5000∼500만 원 등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일부 병원에서는 실손보험 보장 대상이 아닌 단순 노안시력교정수술을 백내장 수술로 허위 청구해 보험금을 타내도록 유도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타 질병과 달리 백내장 지급 보험금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B 보험사 자료에 따르면 2015∼2018년 4년간 전체 보험금 증가율은 18.4%, 실손보험금 증가율은 63.8%인 반면, 백내장 지급 보험금 증가율은 146.5%로 폭증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정부가 건보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데만 재정을 투입하고 비급여 비용이 커지는 것에 대해선 관리하지 않아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며 “가령 독일의 경우 비급여 영역에 대해 의사협회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특정 범위가 넘어가면 보험사가 동의해야 환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등으로 비급여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정은·유회경 기자 eun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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