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혼계영 400m 우승 견인

선두와 1초 이상 차이났지만
막판 질주로 최강 미국 꺾어
200m시상식서 쑨양 조롱에
보란듯이 ‘최후의 승자’ 우뚝

광주대회 17일 대장정 마무리


영국이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혼계영 400m에서 정상에 올랐다. 영국이 이 대회, 이 종목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은 대회 마지막 날인 28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결승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했다. 우승의 주역은 쑨양(중국)으로부터 “넌 루저야”라는 비신사적인 폭언을 들었던 덩컨 스콧(22)이다. 스콧은 루저가 아닌 위너로 광주세계선수권을 마감했다.

지난 23일 열린 남자 200m에서 스콧은 공동 3위를 차지했고, 시상식에서 쑨양을 외면했다. 쑨양이 도핑검사를 방해, 거부한 걸 지적한 셈. 쑨양은 스콧을 향해 “넌 루저야. 내가 이겼어”라고 쏘아붙였고, 스콧은 “쑨양이 우리 종목을 무시하는데 왜 우리가 쑨양을 존중해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스콧은 마침내 위너가 됐다. 영국은 남자 혼계영 400m에서 3분 28초 10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3연패를 노리던 미국(3분 28초 45)을 스콧이 따돌렸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선수권 남자 혼계영 400m에서 17차례 중 13차례 정상에 오른 절대강자. 영국은 300m 지점을 돌 때 2분 41초 96으로 미국(2분 40초 85)에 1초 이상 뒤졌지만, 스콧이 막판 뒤집기로 역전승을 거뒀다. 마지막 주자, 자유형 영자인 스콧은 물에 뛰어들자마자 미국의 네이선 에이드리언을 빠른 속도로 추격, 1초 차를 뒤집고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찍었다. 스콧은 100m를 46초 14에 헤엄쳤고, 에이드리언은 47초 60이었다. 스콧은 우승 직후 “세계선수권처럼 큰 대회에서 미국을 이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에이드리언의 뒤에서 출발했기에 그냥 열심히 수영했는데, 어느새 내가 에이드리언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고 결과를 보니 먼저 도착했다”고 말했다. 스콧의 팀 동료이자 평영(50m·100m) 2관왕을 차지한 애덤 피티는 “스콧을 믿긴 했지만, 미국에 역전을 거둘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오늘은 스콧의 날”이라고 치켜세웠다.

스콧이 이끈 영국은 중국(3분 31초 61)을 3초 이상 제쳤다. 중국은 결승 진출 8개국 중 7위에 그쳤다. 스콧은 또 미국을 2위로 끌어내리면서 새로운 수영황제 케일럽 드레슬의 2회 연속 7관왕도 저지했다. 미국의 3번째 주자였던 드레슬은 자신의 차례까지 선두를 지켰지만, 스콧의 역영으로 빛이 바랬다. 드레슬은 6관왕(남자 자유형 50m·100m, 남자 자유형 계영 400m, 혼성 자유형 계영 400m, 남자 접영 50m·100m)으로 남자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여자부 MVP는 사라 셰스트룀(스웨덴)에게 돌아갔다. 셰스트룀 역시 2회 연속 MVP 수상. 셰스트룀은 금메달 1개(접영 50m)와 은 2개(접영 100m, 자유형 50m), 동 2개(자유형 100m, 200m)를 획득했다. 셰스트룀은 특히 접영 100m 시상식에서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백혈병 투병 중인 일본 여자 수영선수 이케에 리카코를 응원하는 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셰스트룀은 시상대에서 금메달리스트 마거릿 맥닐(캐나다), 동메달리스트 에마 매키언(호주)과 함께 손바닥에 ‘RIKAKO ♡ NEVER GIVE UP IKEE ♡’(리카코, 포기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적어 카메라를 향해 보여줬다.

중국은 금메달 16개, 은 11개, 동 3개로 종합 1위에 올랐고 미국이 금 15개와 은 11개, 동 10개로 2위다. 러시아는 금 12, 은 11, 동 7로 3위에 자리했으며 한국은 동 1개로 공동 23위다. 김수지(울산광역시청)는 다이빙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오른 건 박태환 이후 8년 만이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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