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규제·빅데이터 필수
앞으로 20년은 AI전환이 기본”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들이 강한 이유는 프로덕션 마켓 핏 피보팅(production-market fit pivotting·제품의 시장 적합성 조정)에 있습니다. 이걸 공식처럼 당연하게 여기죠. ‘연구개발(R&D) 따로, 시장 따로’가 아닙니다. R&D 단계부터 실수요자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시장에서 가장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딱 맞춰 만들어내는 겁니다. 실리콘밸리 전체로 보면 3가지 강점이 있어요. 첫째, 톱 컬처입니다. 게이도 허용하는 문화적 개방·다양·창의성이 넘칩니다. 둘째, 톱 머니입니다. 세계 정상급 벤처캐피털들이 어디에 돈을 투자할지 눈에 불을 켜고 연중 대기합니다. 셋째, 톱 탤런트입니다. 재능 넘치는 인재들이 우글우글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얼만지 아세요? 1.5년입니다. 최고 회사에서 똑똑한 아이들이 계속 더 나은 기회를 위해 움직입니다.”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공유사무실에서 자신을 ‘아키(Archi)’로 불러달라는 레노버의 오픈이노베이션 담당 공경록(사진) 부장을 만났다. 영어와 한국어를 반쯤 섞어 쓰는 그는 15년간 LG, 삼성, 레노버를 거치며 아시아 기업을 실리콘밸리에 정착시키는 일을 해왔다. 한국과 미국을 두루 경험했기에 글로벌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려는 벤처의 유모나 가이드 역할이 가능했다. 아직 현지 문화에 서툰 한국·중국의 스타트업과 대기업들이 투자·인수합병·제휴 등 전략투자에 발을 들일 수 있게 업체 소개부터 자금조달까지 도와준다.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에 2010∼2013년 체류하면서 서울대 등 학교와 벤처캐피털에서 강연도 했다. 현재 스카이덱 등 스타트업 사장들의 자문 역도 맡고 있다. 그는 여러 일을 하는 이유를 ‘재능 기부’라 표현했다.
“한국의 약점요? 첫째, 네거티브 규제해야 합니다. 가만 놔두다가 문제 생기는 것만 규제하면 됩니다. 둘째, 빅데이터를 모아놓은 ‘데이터 호수’가 있어야 합니다. 기업도 정부도, 어떻게 왜 모아야 하는지를 모릅니다. 셋째, 지난 20년은 디지털 전환 시대였습니다. 앞으로 20년은 인공지능(AI) 전환이 기본입니다. 잘 안 믿는데, 못하면 그냥 죽습니다.”
그는 AI가 왜 필수인지, 망한 장난감 회사 토이저러스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 회사는 기업 내·외부의 정보에 캄캄했다. 재고가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 몰랐다.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선호도 몰랐다. 공 부장은 백 엔드(공급망)와 프론트 엔드(소비자망)를 다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과 소비자 정보를 데이터로 전환해 이를 AI로 분석하면 실시간 모니터링과 추천이 가능하다. 내가 파는 물건과 그것을 사주는 소비자를 속속들이 알고 장사하는 기업과 전혀 모르고 대강 하는 기업 간에 경쟁이 가능하겠냐고 그는 되물었다.
샌프란시스코(미국)=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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