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입국장 면세점 개장
국제운전면허증 공항 발급도
규제개혁행정 모범사례 꼽혀
4대강·자원외교 앞장섰다가
정권바뀐 뒤 ‘적폐몰이’목격
“늘 일회성 개혁이벤트로 끝나”
지난 2018년 수도권의 한 기업은 정부 인가 업체로 등록하기 위해 중앙부처 공무원에게 수차례 관련 서류를 제출했으나, 해당 공무원이 법 개정 이전의 법령만 강조하며 민원 처리를 늦추는 바람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같은 해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납품 자재 부속품의 설계와 관련해 규격이 일치하는지 실측해야 하지만 해당 절차를 누락하고, 제작을 진행하는 바람에 나중에 수억 원대 예산이 추가로 들어갔다. 특히 공무원이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 이른바 정책 리스크 또한 적극 행정의 걸림돌이다. 탈원전·에너지 전환 정책이 대표적인 사업으로, 이를 추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내에서는 정권교체 이후 또 다른 ‘4대강 사업’ ‘자원외교’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입장에선 정부의 의지로 적극행정에 나섰다가 책임을 지기보다는 복지부동을 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현 정부 들어 적폐 청산 수사가 본격화하자, 적극 행정을 했다가 ‘직권 남용’으로 처벌되느니,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직무 유기’로 처벌되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정부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 ‘적극행정 운영규정’과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제정했다. “공무원 복지부동 실태가 오죽했으면 이런 운영 규정을 제정했겠느냐”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공무원 사이에선 행정 처리 과정에서 ‘안전판’이 마련됐다는 평가와 함께 이전 정부의 공직사회 개혁처럼 ‘지나갈 바람’이 될 것이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30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직사회 복지부동의 유형은 크게 과도한 법 적용으로 인한 민원 미처리와 관성화한 절차 누락 등이 꼽힌다. 정부는 공직사회의 적극 행정 성공 사례로 입국장 면세점 규제 개선을 소개했다. 입국장 면세점 사업은 관계 부처 이견으로 20년 넘게 표류했으나 국무조정실 규제신문고과의 조정을 통해 관세법이 개정돼 지난 5월부터 인천공항에 국내 최초의 입국장 면세점이 운영되고 있다. 국제운전면허증을 경찰서나 운전면허시험장이 아닌 공항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정책 또한 적극 행정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적극행정 운영규정 제정은 국민의 일상을 바꾸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선 이전 정부의 개혁처럼 일시적인 ‘바람’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1월 전남 대불공단의 전봇대 2개가 수개월째 대형 트레일러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자세를 비판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정부 규제를 ‘손톱 밑 가시’에 비유하며 적극행정을 주문한 바 있지만 공직사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앙부처의 한 서기관급 공무원은 “그동안 공직사회에 대한 개혁 바람은 늘 있어 왔지만 모두 일회성 이벤트로 끝났다”며 “이번 개혁은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만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순·박정민·박수진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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