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환자가 전체의 93% 차지
오·남용 환각증세 사건 잇따라
식약처, 의사들에 안전사용 촉구
지난 5월 마약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난 배우 양모 씨는 체포 당일 오전 3시 서울 논현동의 도로를 가로지르고 뛰어다니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양 씨는 식욕억제제 8알을 한꺼번에 복용한 뒤 환각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올 3월에는 인천에서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식욕억제제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한 20∼30대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는 식욕억제제를 불법으로 거래한 탓이다.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는 식욕억제제가 오·남용되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10개월 동안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 수만 해도 116만 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이용해 식욕억제제의 처방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개월(304일)간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사용한 전체 환자는 국민 45명 중 1명꼴인 116만 명에 달했다.
식욕억제제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투여 기간은 일반적으로 4주 이내로 사용하고 최대 3개월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경우도 빈번했다. 3개월을 초과해 처방받은 환자 수는 42만 명(36%)에 달하고 1년치를 초과해 처방받은 경우도 6만 명(5%)에 이르렀다. 의료 현장에서 식욕억제제의 무분별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의료기관을 2곳 이상 방문한 환자는 17만 명(14.7%)이었는데 이 중 식욕억제제 처방을 받아내기 위해 5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돌아다닌 환자도 2000명(0.17%)이나 됐다. 환자 특성을 보면 약품 특성상 다이어트 등 체중 감량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 92.7%에 달했고, 연령대로 보면 30대가 30.3%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이 기간 처방을 받은 질환 사유도 ‘비만 및 기타 과영양’이 27만 건으로 월등히 높았다. 이외 ‘식도·위 및 십이지장 질환’을 이유로 5만 건, 기타 사유로 3만 건의 식욕억제제 처방이 이뤄졌다.
식약처는 식욕억제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해당 의사에게 ‘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을 위한 도우미’ 서한을 발송, 본인의 처방 내역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하기로 했다. 이번 서한은 졸피뎀(수면제), 프로포폴(수면마취제)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제공하는 서한으로 497만 건의 식욕억제제 처방정보를 의사별로 분석했다. 분석 대상 기간 전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1597만 명이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식욕억제제 = 뇌의 식욕을 느끼는 부위에 작용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을 억제한다.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로카세린 등 5가지 성분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기 때문에 의존성과 함께 환각, 불면증, 어지러움, 두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간 복용시 폐동맥 고혈압과 심각한 심장질환 등의 발생위험도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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