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따라 직영 전환” “일방적 조치”

대리점주 호소문 인터넷 확산
“반품 거부로 도·소매점 피해”
본사“사실과 다른 악의적 내용”


일본의 안경·렌즈 제작 업체가 16년간 거래했던 한국 도매업체에 지난달 갑자기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국내 업계는 ‘갑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반일감정이 고조된 가운데 “이 시국에 갑질하는 일본 기업”이라는 게시물까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자 해당 업체는 “사실관계와 다른 악의적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30일 안경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일본의 안경·렌즈 제작기업인 호야렌즈 본사는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한국 측 도매업체 9곳에 계약을 종료하고 직영체제 형태로 운영하겠다고 통보했다. 16년간 호야렌즈 제품을 취급해온 A 사는 안경점 1500여 곳에 “호야렌즈가 전체 한국 대리점을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대리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호소문을 배포했다. A 사는 “대리점인 한국의 도매업체가 보유한 재고는 물론 안경점에 판매된 호야렌즈 재고까지 (본사가) 일절 책임지지 않겠다고 알려왔다”며 “피해는 한국의 대리점과 소매점이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에서 반일 감정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호소문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는 상태다.

A 사측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호야렌즈 관련 수익이 51%에 달하는데 본사가 일방적으로 직영체제로 전환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본사는 계약 기간을 한시적으로 연장해주는 대신 10억여 원에 달하는 반품을 안 받아준다는 입장”이라며 “도매점과 소매점을 사지로 몰아넣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안경 렌즈는 제품 특성상 도수가 다른 수십 개의 상품이 하나의 세트처럼 구성돼 있어 재고가 많다. 본사가 반품을 받아주지 않을 경우 대부분 폐기처분된다는 것이다. 도매점들은 호야렌즈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야렌즈 측은 “한국 대리점 측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관련 계약서에 ‘1개월 이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도록 한다’ ‘반품은 원칙적으로 없다’는 조항이 적시돼 있는 만큼 규정대로 직영체제 전환을 통보했다는 주장이다. A 사의 경우 연장에 동의해 놓고도 무리하게 전량 반품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호야렌즈 관계자는 “(대리점들의) 요구 조건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호소문도 악의적으로 작성해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인들은 호야렌즈도 불매해야 한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호야렌즈는 이미 불매운동을 위한 일본 제품 정보 공유 사이트인 ‘노노재팬’에도 포함된 상태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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