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도 “경제활동 위축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경쟁을 화두로 내세운 신임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사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공정거래법 개정이나 관련 수사에 변수가 생길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30일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담합과 하도급 갑질,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제재하겠다고 밝혔는데,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사로 착각할 정도”라며 “공정거래법 관련 범죄 중 카르텔 수사를 강화할 것 같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사범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검찰이 시장에 칼을 들이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자칫 ‘형벌 만능주의’로 시장 참여자들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정위 공무원들이 검찰총장 취임사에 예사롭지 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현재 공정거래법 ‘전속고발권’(공정위가 고발해야 검찰이 수사) 부분 폐지가 추진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반부패·강력부 산하에 공정거래 범죄 사건 처리를 연구·지원하는 조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신설 부서는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는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감면제도)를 검찰에 도입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형법상 자수자 감면 조항을 활용해 기업들이 검찰에 담합 범죄를 자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담합 범죄 수사에 대해 공정위 조사 단계를 건너뛰는 환경이 마련되면 고소·고발이 증가하고 공정위와 검찰의 중복 수사 우려가 커져 기업들로서는 더욱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경제 연구소 관계자는 “공정위에 그동안 전속고발권을 부여한 이유는 경제사건이 행정제재가 아닌 처벌 등 과잉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유럽연합(EU) 등 대부분 국가에서 공정거래 분야는 행정부에서 담당하고 위반 사안에 대해서도 처벌이 아닌 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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