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선방하는데 韓만 약세
“규제 많아 경제기초체력 취약”
佛·伊, 감세 유도해 되레 호전
“수출기업 세제혜택 신경 써야”
한국 증시가 하반기에 접어든 7월 들어서도 속절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세 불안과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나 아르헨티나보다도 나쁜 세계 ‘꼴찌’ 수준이다. 한국 증시가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경제 보복 등 대외 리스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업 실적 악화와 경기 침체 등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취약해진 대내 요인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7월 들어 29일까지 코스피지수는 4.7%, 코스닥은 무려 10.4%나 추락했다. 29일 하루에만 코스피는 2020대로 후퇴하며 1.78%나 하락했고, 코스닥은 4.0%나 급락한 618.78로 2년 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30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전일 종가 대비 0.3% 오른 2035.84로 반등했다.
7월 들어 한국 증시의 하락은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3%,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2.7% 각각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당사국인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7월 들어 1.3% 하락하는 데 그쳤으며,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조치로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는 오히려 1.6% 올랐다. 정세가 불안정한 터키와 아르헨티나의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7.1%, 4.8%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세계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과 관련, 대외 악재와 더불어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한 펀더멘털 약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는 이유를 밖에서 찾고 있지만 사실 내부적 요인이 크다”면서 “부동산 규제 등으로 자산 움직임이 막혀 가계 소비는 움츠러들고, 기업은 규제로 투자가 불확실해 돈이 돌지 않아 국내 경제가 매우 위축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윤 센터장은 “경기 하강 국면 속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세금 체계 변경으로 자연스럽게 감세를 유도해 오히려 호전되고 있다”면서 “(한국과) 상황은 같은데 처방이 달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정정책, 감세정책, 규제완화정책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정부 개입을 줄이고 민간 영역을 넓혀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수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정부는 상황을 안이하게 대처했다”며 “8월 들어서도 낙관적인 상상은 불가능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센터장은 “그동안 최저임금, 일자리 창출 등에만 쏠렸던 정책을 이제라도 현 정부 출범 이후 미진했던 투자 관련 세제 혜택 등 수출 기업을 지원할 각종 산업 정책으로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개선, 미·중 무역전쟁, 한·일 문제 등 모든 요인이 종합적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모두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박세영·송정은 기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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