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촌초 ‘아동 놀 권리 서포터즈 1기’
5~6학년생 두달간 방과후 활동
동촌동에 직접 건의사항 전달
놀이터 신축 추진 성과도 얻어
학교에선 ‘놀 권리 캠페인’ 나서
학생들 상대로 설문조사 진행
골대설치·위험구조물 정리 요구
교장 선생님도 흔쾌히 받아들여
“아이들을 위한 공원을 만들어 주세요. 그나마 잘 없는 공원도 어른 중심이어서, 우리가 놀 거리가 없어요.”
“공원에 그네, 시소 등 놀이기구를 설치해주세요.”
“금연구역을 넓혀주세요. 쓰레기통을 늘려서 쓰레기가 없도록 해주세요.”
지난 18일 대구 동구 동촌동 동장실. 동촌초 5∼6학년 학생 9명이 김재돈 동장에게 “마을 주변에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이 같은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지난 4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동촌초와 손잡고 선정한 ‘아동 놀 권리 서포터즈 1기’ 학생들이었다. “아이들 스스로 놀 권리를 찾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끈다”는 게 서포터즈 활동의 취지다. 서포터즈 학생들은 2달여 동안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어떤 곳이 있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놀 공간과 프로그램이 부족하다’였다. 그나마 있는 마을 공원은 쓰레기와 담배꽁초로 가득하고, 어른들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워 아이들이 놀기 부적절한 공간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공원을 청결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관리인과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담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구종합사회복지관 김은도 과장은 “인근에 초등학교 10곳, 중학교 5곳 등 교육기관이 위치해 있지만 아이들의 쉬고 놀 공간은 수요에 비해 부족했다”며 “학생들 스스로 놀 권리를 인식하고 원하는 공간을 찾고, 요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종합사회복지관이 최근 2년간 지역 주민과 아동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와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2017년 ‘지역사회 욕구조사’에 따르면 ‘우리 지역에 아동,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 문화공간 및 시설이 부족하다’라는 문항에서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함’이라고 답한 비율이 70%에 달했다. 또 지역 내 A 초등학교 143명 학생에게 ‘평소에 주로 무엇을 하고 노나요?’라고 물어보니 ‘스마트폰 가지고 놀기’가 31.6%로 가장 높았고, ‘별다른 일 없이 지낸다’가 22.1%로 뒤를 이었다.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같은 조사에서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77%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학교에도 변화가 생겼다. 서포터즈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놀 권리 캠페인’을 벌였다. 우선 5∼6학년 모든 학생을 상대로 어떤 놀이 공간이 필요한지,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설문조사를 벌여 의견을 취합했다. 학교 곳곳을 돌며 학교 공간에 대한 분석도 진행했다. 학교 측에 결과를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에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운동장에 축구 골대를 설치하고, 실내 강당에 방치된 위험한 구조물들을 정리하기로 약속했다. 6학년 이모 양은 “우리가 평소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안에서 행복하게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놀 권리가 증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힘든 부분이 있다면 당당하게 선생님들께 알려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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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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