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전국부장

전국 24개 자율형사립고 중 11개 학교가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는 사건에서 가장 파문이 컸던 전주 상산고가 7월 26일 교육부가 전북도교육청의 자사고 취소 결정에 부동의하면서 기사회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자사고·외국어고 폐지였지만, 전북도교육청의 상산고 탈락 결정이 워낙 무리하게 벌어져 교육부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상산고가 2002년 자립형사립고로 출발, 2010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돼 신입생 일정 비율을 사회통합전형으로 뽑을 의무가 없는데 전북교육청이 이를 평가기조에 반영한 것은 재량권을 이탈 또는 남용했다고 교육부는 판단했다. 교육부가 상산고 탈락에 부동의하기 전에 법무법인 2곳과 정부 법무관리공단에 자문, 전북교육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일치된 해석을 받은 만큼 달리 선택할 도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교육부가 자사고 폐지 개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강력 비난하고 있다. 자신의 아들은 한 해 등록금만 수천만 원이 드는 영국 입시 기관을 거쳐 케임브리지대에 보냈으면서도 상산고가 입시기관이어서 없애야 한다던 김승환 교육감은 법적 소송을 예고했다. 상산고가 그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마땅한데도 적반하장이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이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했던 교육대개혁의 심각한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성향 교육감과 교육단체들이 교육부의 상산고 폐지 부동의 결정을 맹렬히 비난하는 데는 1일부터 시작되는 서울 8개 자사고와 부산 해운대고 지정 취소에 대한 교육부의 ‘특수목적고 지정위원회’ 최종심의에서 동의 결정이 나오도록 압박을 가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교육감들과 전교조 등은 자사고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 공교육 정상화를 내세운다. 특목고를 폐지하면 공교육이 정상화된다는 이들의 가정 자체가 이념에만 충실한 나머지 교육현장의 현실에 애써 눈을 감은 것이거나 현실을 전혀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소견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사고가 입시기관화했다고 비난했다. 그런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가 살아나고 입시기관화가 안 된다는 건 무지한 주장이다. 자사고나 외고가 없어지면 ‘여유’가 있는 부모는 강남 8학군으로 들어가거나 자녀를 외국 유학 보내려 할 것이다. 입시교육이 된 것은 특목고 때문이 아니다.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의 서열화가 진행될 것이다. 자신은 두 아들을 외고에 보냈으면서 자사고·외고 폐지를 주장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재벌 자녀와 택시운전사 자녀가 한 학교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택시기사를 하층계급으로 묘사했다고 비난받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전국 최상위 수준의 학생과 수업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학생을 한 학교, 같은 반에 넣는 게 도대체 누구한테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은 제발 지지집단의 ‘표’만 보지 말고 교육 현실과 학생들을 봤으면 한다.

sdgim@
김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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