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康·고노 ‘54분 회담’

장관간 환담·눈인사도 안나눠
종료 뒤엔 굳은 표정으로 퇴장

日은 강제징용 韓입장변화 주력
美 분쟁중지 중재안도 거부한듯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단행 28일 만인 1일 약 54분간의 회담에서 한·일 갈등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일본이 2일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한국 배제 결정을 내리고, 한·일이 물밑접촉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한·일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양국 장관은 일본 각의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이날 마지막 담판에서 환담도, 눈인사도 하지 않은 채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이날 오전 8시 45분(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담장인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 호텔에서 대면한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평소와 다르게 입을 앙다문 채 서로 교류를 삼갔다. 두 장관은 짧은 악수만 한 뒤 자리에 앉아 40초가량 아무 말 없이 기자들의 사진 촬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강 장관이 지난해 9월 고노 외무상과 미국 뉴욕에서의 회담 때도 가져갔던 회색 서류가방에서 노란색 메모 패드 두 개를 꺼내고 나서야 시선 교환이 이뤄졌다. 4초 정도 아무 말 없이 고노 외무상을 바라본 강 장관은 메모 패드 위에 손을 모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본이 지난달 4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한 이후 첫 만남이다. 하지만 약 54분간의 회담을 마친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9시 39분 착잡한 표정으로 회담장에서 빠져나갔다.

이 같은 분위기는 회담 결렬로 이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회담 뒤 백브리핑에서 “우리의 보복 조치 중단 요구에 일본 측 반응은 크게 변화가 있지 않았으며, 양측 간 간극이 아직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국 장관은 △일본 각의의 화이트리스트 결정 연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해결 방안 △미국 중재안 수용 여부 등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한·일 양국의 입장이 크게 달라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추진을 중단해줄 것을 강력 요청하면서 “매우 우려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일본 측의 별다른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고노 외무상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한국의 입장 변화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이 2일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위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미국의 중재안을 거부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미국이 한·일에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 중재안을 제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입장 변화가 없는 한, 한·일은 평행선만 달릴 수 있다”며 “일반적인 이야기로 일본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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