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내달2일 종료될것”
러 “美근접지역에 배치 가능”
나토, 러에 “협정 준수” 촉구
양국 군비경쟁 가속화 예고


미국이 러시아의 미준수를 이유로 오는 2일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예고하자, 러시아가 유럽과 미국 근접 지역에 지상 발사용 핵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맞대응하고 나섰다. 미·러 양국이 사실상 INF 조약 탈퇴 후 핵 군비 경쟁을 예고하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컬러 글리슨 미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는 의무사항에 대한 검증 가능한 준수로 복귀하려는 어떠한 의미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의 조약 위반에 따라 INF 조약은 8월 2일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리슨 대변인은 “조약이 종료된 후에는 미국은 지상 발사형 중거리 순항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의 보유와 생산, 비행 시험 등을 금지한 INF 조약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지역에 러시아를 겨냥한 중·단거리 핵 미사일 배치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INF 조약 폐기 압박에 핵 미사일 상응 배치 카드를 내밀며 맞서고 있다. 31일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러시아가 유럽지역에 INF 조약이 금지한 지상 발사 핵 미사일 배치를 고려 중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이 유럽에 있는 지상 발사 (핵) 미사일을 이동시킨다면 그러한 상응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에 보다 근접한 지역에 같은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여 미국을 직접 겨냥할 수 있음도 경고했다.

INF 조약 폐기 시 미·러 양국의 핵 군비 경쟁 각축장이 될 유럽은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이날 “우리는 INF 조약이 폐기되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조약을 살리도록 러시아가 이를 준수할 것을 여전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는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과 방어능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힐은 “나토 국가들이 자국 영토 내에 INF 조약을 위반하는 핵무기가 배치되길 희망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정보 감시 및 정찰, 공군과 미사일 방어 등 미국과의 더 많은 군사 훈련을 대안으로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미국과 소련 간에 체결돼 1988년 6월 발효된 INF 조약은 사정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핵 미사일(지상 발사형 순항 및 탄도 미사일)을 발효 3년 이내 폐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국은 협정에 따라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하지만 올해 2월 미국이 러시아가 2017년 실전 배치한 지상 발사형 순항 미사일 9M729(사거리 2000∼5000㎞)가 INF 조약 위반이라며 러시아가 조약을 준수하지 않으면 오는 2일 INF 조약에서 탈퇴할 것임을 밝혀 왔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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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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