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
김정태 서울시의회 지방자치분권TF 단장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사회]
김세동 전국부장
-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
“중앙→지방 일 넘기는게 분권
자치법개정안 반드시 통과돼야”
- 김정태 서울시의회 분권TF단장
“지자체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정책인력·인사청문권 있어야”
- 최영진 중앙대 교수
“외부인사 중심 윤리위 구성
의원 일탈에 적극적 대처해야”
-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지방분권 위해 재정분권 필요
지방의회만의 특성 고민해야”
최근 개원 1주년을 맞은 제10대 서울시의회가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부 지방의회에서 매년 반복돼 온 구태와 악습을 차단하고 시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난 4월에는 청렴성 강화를 위한 ‘자정노력 결의안’을 발표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방의회의 발전을 위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자치입법권 강화, 인사청문 제도 도입, 정책지원 전문인력 지원, 인사권 독립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 김정태 서울시의회 지방분권태스크포스(TF) 단장,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지난달 26일 문화일보에서 진행된 ‘지방의회 발전 방안’ 관련 좌담회에서 “지방의회의 발전을 위해선 중앙 정부가 주요 권한을 독점한 현 상황을 개선하고 지방의원들이 중앙정부와 국회의원의 ‘심부름꾼’ 역할에서 벗어나 주민들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봉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방의회의 청렴성 강화를 위해 ‘자정노력 결의안’을 발표한 서울시의회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태 서울시의회 지방분권TF 단장(이하 김 단장)=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이 큰 상황에서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는 여야 원내 지도부가 억지로 끌고 간 것이 아니라 시의원 110명 전원의 의견을 수렴해 결의안에 담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국 500여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결의안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의회의 자체 노력으로 그치지 않고 전국 시도·기초의회에도 파급효과를 미쳐 자정노력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 제4회 임시회에서 서울시의회가 제안한 ‘전국시도의회 책임성·청렴성 강화를 위한 자정노력 결의안’을 공식안건으로 상정해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통과시켰다. 7월 19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입법 예고했는데 우리가 발표한 자정노력 결의안의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이하 최 교수)=서울시의회의 자정노력은 제도화·법제화의 토대를 쌓았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앞으로 제도 기반 위에서 지방의원들이 실천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보다 강력하고 균형 있는 외부인사 중심의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지방의원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능동적,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윤리위가 철저히 객관성·중립성·독립성을 지키며 활동할 수 있도록 단순히 공무원이 위원들을 위촉하는 방식이 아닌 엄정한 위촉 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이하 김 위원장)=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때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선출 등에 방점이 있었지 이들이 일을 잘하도록 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졌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30년간 지방자치를 이어가다 보니 이제는 주민들이 지방자치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서울시의회의 자정 노력은 주민들의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이라고 본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이하 윤 사무총장)=워낙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서울시의회가 자구책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경북 예천군의회 전 부의장의 해외연수 폭행사태도 그렇고 지난해 지방선거 때 경실련이 진행한 지방의원 후보자들의 전과 조사에서도 무면허 음주운전 등 여러 일탈 사례가 발견됐다. 자체 감사조차 없는 업무추진비 문제도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서울시의회가 빨리 움직였다는 생각을 했다.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가.
△윤 사무총장=1991년 지방의회 구성 이후 딱히 의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각종 일탈이 불거질 때마다 일각에선 “지방의회를 아예 해체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앙정부가 강력한 권한을 독점하고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의 견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지방의원들이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노력이 부족해 비난을 자초하는 측면도 있다. 주민에게 봉사해야지 공천을 주는 쪽에 봉사해선 안 된다.
△김 위원장=당연히 수십조 원의 예산을 심의하는 서울시의회에는 능력이 검증된 분들이 와서 시행착오 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현재 110명인 서울시의원 수를 가능하다면 50명 수준까지 줄여 전문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본다. 뉴욕은 인구 800만 명에 시의원 수가 51명, 런던도 인구 850만 명에 시의원 수가 25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지방의원들이 일할 때 지자체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시민 생활과 밀접한 현안을 과감하게 발굴하고 조례도 발의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인재가 지방의회로 많이 와야 하는데 공천을 주는 정당의 민주화 수준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방의회가 긍정적으로 기능하면서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경우는 없었나.
△김 단장=1991년부터 지방자치제가 부활했기 때문에 그래도 대한민국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 동사무소에 가서 민원서류 하나 떼려고 해도 공무원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이런 모습을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
△윤 사무총장=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청주시의회가 행정정보공개 조례안을 만들었는데 당시 청주시장이 대법원에 무효소송을 냈다. 우여곡절 끝에 법원이 청주시의회의 손을 들어줘 정보공개 조례가 확정됐고, 이것이 (1996년) 정보공개 의무 대상을 지자체에서 공공기관 전체로 넓힌 정보공개법 제정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방의회가 냈던 조례 하나가 세상을 이렇게 바꾼 것이다. 지방의원들은 지자체장이 한두 마디 한다고 해서 의지를 꺾지 말고 주민의 대표자로서 공격적으로 조례 제정에 나서야 한다.
―지방의회가 지금보다 잘되려면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한이 더 넘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 위원장=지방분권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일거리가 넘어오는 것이다. 현재 중앙과 지방의 사무 비율이 8대 2 정도인데 6대 4 정도가 적당하다. 서울시의 경우 5대 5 정도는 돼야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호미가 할 일은 호미가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서울시처럼 큰 도시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따로 뽑지만,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은 지방의원만 뽑고 지자체장은 간접선거로 선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역에 맞는 다양한 제도를 시험해봤으면 한다.
△최 교수=전적으로 동의한다. 지방자치는 동네별로 발전했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을 살려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 지방자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획일적·중앙집권적 지방분권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네 사정에 맞는 지방분권을 지향해야 한다.
△윤 사무총장=지방분권이 제대로 진전되려면 재정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가 필요한 만큼 과세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런 여건은 조성돼 있지 않다.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과 자치조직권 강화 문제 등은 개헌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현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아무리 노력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중앙이 권한을 독점하는 시스템을 끊어야 한다.
△김 단장=헌법기관인 지방의회의 입법권을 강화하기 위해선 법령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에 대해 행정 입법으로 제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광역의회뿐만 아니라 기초의회에도 인사독립권을 줘야 의회 직원들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광역의회에는 일대일로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지원하고 별정직 정무직 부 지자체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 권한도 부여해야 지자체를 적절히 견제·감독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통과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
△김 위원장=1988년 이후 31년 만의 전부 개정안이고 나름 의미 있는 조항도 많기 때문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개인적으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윤 사무총장=결국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얼마나 받는지가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존재감을 부각해야 한다. 지방의원들은 의회의 주인인 주민들에게 봉사해야지 결코 국회의원에게 봉사해선 안 된다. 이른바 ‘하청자치’ ‘위탁 자치’를 이 기회에 청산하고 지방의회만의 특성을 어떻게 살릴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김 단장=전부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공감능력과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방의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김세동 전국부장 sdgim@, 정리=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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