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울산지법 형사합의부 부장판사가 10여 년 동안 형사재판을 하며 만난 사건과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되새겨 짚어가며, 판결의 뒷얘기와 의미, 그리고 한계 등을 담아낸 책이다. 판결문만큼 건조하고 냉정한 문장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저자는 피고에게 특별히 전할 말이 있거나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 때, 그나마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판결문의 ‘양형이유’ 부분을 공들여 써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 사건 뒷면은 담아내지 못한 눈물들로 가득했다고 저자는 술회했다. 그가 책을 쓰기로 결심한 건 이런 이유다. 형사사건 법정에서 세상의 지옥도를 두 눈으로 목격해온 저자는 가정폭력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 내면의 깊은 고통이 전이될 때마다 불에 덴 듯 힘들어하기도 하고, 소년 재판을 하며 어른들과 우리 사회의 악행에 분노하기도 한다. 279쪽, 1만4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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