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하지 않을 권리 / 팀 우 지음, 안진환 옮김 / 알키
잡지·웹·TV·스마트폰…
오락거리·정보 제공 대가로
사람들 주의 빼앗으며 돈벌이
이젠 고객 일상 추적하며 광고
선택권 강탈당하지 않으려면
관심 가지지 않는 연습부터
광고는 “주의력이라는 환금성 작물을 놀라울 만큼 효율적으로 산업재로 바꾸어놓는 변화 엔진”이다. 그 변화 엔진을 (거의) 처음 돌린 사람은 벤저민 데이였다. 1833년 ‘뉴욕선(New York Sun)’을 창간한 데이는 때론 치정(癡情)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기사로, 때론 더 깊은 정치적 담론으로 “청중과 주의력을 획득”했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의 말마따나 데이가 이른바 “여론이라는 것을 탄생시켰다”는 사실이다. 뭐라 부르든 이 새로운 현상은 “막 생겨났지만 그 세가 커지고 있던 주의력 산업”의 신호탄이었다.
신문, 잡지, 광고판에 머물렀던 주의력 산업은 1920년대 라디오로 옮겨갔다. 그 전까지 라디오에서 광고를 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일이었다. 그 논란을 불식시킨 건 펩소던트 치약이었다. 월터 템플린 본부장은 1928년 한 지역 방송의 ‘아모스 앤드 앤디’라는 만담 프로그램을 NBC 라디오 방송으로 옮기고, 중간에 자사 치약 선전을 끼워 넣었다. 무려 100만 달러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 방송사로 갔다. ‘마법 같은 효력’ 때문인지 1929년 말, 매일 저녁 4000만 명이 청취하게 된 ‘아모스 앤드 앤디’는 “열광적인 히트 프로그램이자 방송 역사상 최초의 진정한 연속물”이 되었다. 펩소던트의 메시지는 길어졌고, 만담과 광고카피의 분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저녁 7시 방송이 전파를 타면서 이렇게 ‘프라임 타임’이 발명되었다.
잠시 TV가 주의력 산업의 중추였지만, 이내 컴퓨터와 인터넷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인터넷이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의 행동 패턴 하나를 창출했는데 바로 ‘이메일 확인’이다.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 국장 스테판 루카시크가 앞장선 덕이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14㎏ 가까이 나가는 육중한” 휴대용 단말기를 들고 다녔는데, 어디서든, 전화만 연결할 수 있는 곳이면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했다. 저자는 루카시크를 “그토록 많은 사람의 주의력을 집어삼키고 있는, 그 사소한 버릇을 들인 최초의 인물”로 평가한다. 이메일 확인 습관은 온 세상에 널리 퍼지는 주의력 습관이 되어 AOL,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기술과 사업 모델을 중심으로 세워진 미래의 다양한 주의력 사업체들에 강력한 힘을 안겨주게 된다.
세인들의 주의력을 빼앗아 집중시키는 데 ‘유명인’만 한 것이 또 없다. 저자는 현대의 주의력 산업의 핵심이 ‘유명인 숭배’라면서 “주의력 산업이 새로운 신전을 창출”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대표주자는 ‘여성 명사이자 1인 주의력 사업가’ 오프라 윈프리다. 거의 모든 사안에서 진보적 노선을 취하는 등 “정신적 고양과 도덕적 지침의 원천”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냉정한 주의력 사업가’들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역시 현대인의 관심을 먹고 성장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주의력을 빼앗기는 일에 대한 경각심이 일자 새로운 주의력 사업이 생겨났다. 광고가 덕지덕지 붙은 검색엔진과 차별화된 “흰 페이지에 단순한 검색창을 배치한” 구글은 더 나은 기술력으로 시장점유율을 잠식했다. 구글은 “클릭 수와 고객 추적이라는 직접 증거로 광고주들에게 마침내 자신의 광고와 최종 구매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구글 사용자들에게 구매 결정이 아주 가까워진 시점에 광고가 제공”됨으로써 광고주들은 지갑을 열었고, 구글은 광고 없이 “세계 역사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주의력 사업가” 반열에 올랐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할 것이고, 종국에는 우리 주의력을 송두리째 집어삼킬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는 지금 당신의 주의력을 빼앗을 콘텐츠가 전후좌우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주의력 사업의 역사를 간추린 끝에, 주의력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권한다. 그 광고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할 힘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먼저는 ‘무관심’할 것을…. 우리에게는 ‘주목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그럼으로써 ‘인간 되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관심할 수만 있다면, 온전한 나로 서는 것도 시간문제 아니겠는가. 576쪽, 2만5000원.
장동석·출판평론가, ‘뉴필로소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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