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독서수업 / 한미화 지음 / 어크로스

어린이 가까이 책을 놓아주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어떤 책을 놓아주는 것이 좋을까 판단하기 어려워서 고민하는 교사와 양육자들이 많다.

어린이책 전문가로서 가장 많이 받는 부탁은 “책 목록을 좀 주실 수 있나요?”이다. 기성세대가 자랄 때와 지금 어린이의 독서 환경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어려서 책을 많이 읽고 자란 사람이라고 해도 선뜻 어느 책이 좋다고 아이에게 권하기는 어렵다.

어린이책은 다양해졌고 수준이 높아졌으나 어린이를 둘러싼 독서 문화의 발전은 그보다 더디다. 천편일률적이고 형식적인 독후 활동을 강요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앙상한 질문으로 이루어진 독서퀴즈 대회도 곳곳에서 열린다. 그러나 책은 억지로 정복하듯이 읽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만나고 반기고 사귀는 것이다. 물론 어린이가 한 번 책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기 힘들 정도로 책읽기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설계하듯 마련해서 억지로 조성해주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홉 살 독서수업’은 이런 고민에 대해서 합리적이고 차분한 대안을 내놓는 책이다. 현란하고 화려한 입시지향형 독서 담론이나 책을 오직 도구로 이해하게 할 위험이 있는 치료적 접근을 떠나서 책과 한 아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도록 돕는다. “추천도서 목록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에게 더 긴요하다”는 지적이나 “지식책에서 만나야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호기심”이라는 이야기는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다. ‘원작과 2차 창작물 사이의 차이점을 알게 해주는 것이 영상 시대 어린이에게 필요하다’ ‘잘 듣고 잘 읽어야 잘 쓴다’ ‘같은 책을 다양하게 읽어야 한다’ 등의 구체적인 조언이 가득하다.

저자는 출판 편집자와 출판 평론가로 지내면서 25년 동안 어린이책을 다루어온 전문가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처럼 최근 학교 독서교육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도 들어있다. 어쩌면 이 책의 독자들이 가장 기다릴지도 모르는 도서 목록은 상황별로 분류해 뒷부분에 붙여 두었다. 주위의 책 좀 읽는다는 아이의 부모에게 부정확한 도움을 구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아이를 키우는 이들의 고민에 꼭 알맞게 구성된 든든한 가이드북이다. 276쪽, 1만4000원.

김지은 서울예대문예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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