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시위 확산 속 유혈사태 발생

빵값 3배 인상되자 불만 터져
30년 집권 알바시르 퇴진 일궈

과도정부 출범 합의에도 갈등
시민, 독재정권 회귀 저지 분투
군부 강경 진압에 희생자 속출

사우디·카타르 개입 우려 경고
시리아 사태 때는 美·러가 관여


아프리카 수단에서 민주화 시위 도중 다시 유혈 사태가 발생해 수단을 암흑으로 몰아넣고 있다. 반년여 동안 대규모 반정부 시위, 군부 쿠데타,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 축출로 긴박하게 전개돼온 수단 정국은 최근 군부 통치에 대한 반대와 즉각적인 민정 인양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2일 현재까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격랑에 휩싸여 있다. 현 군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독재정권으로의 회귀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12월 19일 알바시르 정부의 밀 보조금 폐지로 빵값이 세 배로 오르면서 시작된 시위는 정치·사회적 요구로 확대돼 30년 집권한 알바시르의 퇴진을 이뤄냈다. 야권과 군부가 과도정부 구성에 합의하면서 수단 사회의 격변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민주화를 요구하는 야권이 군부 세력과 갈등을 겪으며 유혈사태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AP통신에 따르면 고등학생 수백 명이 오베이드에서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보안군에 의해 학생 4명, 성인 1명 등 5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분노한 여론으로 시위는 더 격화하는 양상이다. 당국은 30일 오후 전국적으로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다. 수단 정국의 긴장이 계속되는 원인은 무엇이고, 수단 정국은 어떠한 변화를 맞을까.

◇독재 정권에 민생고 겹치자 민주화 열망 폭발 =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김동석 교수는 ‘최근 수단의 정치위기 분석과 전망’을 통해 “알바시르 정권이 30년 장기 집권하면서 분쟁과 부패,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상황에 경제위기까지 더해져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알바시르 정권은 장기 집권을 공고화하기 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정책을 펼쳤다. 변방 지역인 남수단, 다르푸르, 청나일, 남코르도판에서 반정부 무장단체들과 지속적으로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 초토화 작전, 여성 강간 등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1년 수단 전체 유정의 75%를 보유한 남부 지역이 분리 독립하면서 석유 수입이 70%가량 감소했다. 석유 의존적 경제 구조에 놓인 수단에 치명적인 결과였다. 미국의 제재 역시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다. 수단 정부는 1997년 테러 지원을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해 외환 부족에 시달린 바 있다. 2017년 제재가 해제됐지만 미국의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남아 있어 해외에서 자금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민생 문제 해결을 요구한 시위는 민주화 열망으로 분출되며 대통령 퇴진으로 이어졌다. 알바시르가 축출됐지만 시민들은 군정의 통치를 거부하며 즉각적인 민정 이양과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1964년과 1985년 시민혁명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룬 적이 있던 수단은 이후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또 다른 독재정권을 맞이해야 했다. 여기에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가 군부독재로 후퇴한 경험도 수단 반정부 세력의 시위 지속 모멘텀을 제공했다. 지난 6월 3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해 군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독재정권으로의 회귀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단을 둘러싼 국제 역학관계 복잡 =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진영과 카타르·터키 진영은 수단 정국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수단은 그동안 두 진영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해왔다. 수단군은 사우디·UAE 편에 서서 예멘 내전에 참전한 바 있고 지난 2016년에는 사우디의 라이벌인 이란과 단교했다. 동시에 아랍 국가 중 카타르로부터 가장 많은 투자를 받고 있다. 카타르는 지난 2011년 수단 정부와 다르푸르 반군 간 평화를 중재하기도 했다. 터키는 수단의 유서 깊은 수아킨항 대규모 개·보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도정부는 전임 정부의 균형외교를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알바시르가 축출된 후 사우디·UAE는 군사위원회 지도자들과 친분을 강화하면서 수단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시도했다. 수단에 30억 달러 상당을 원조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카타르·터키와 관계 깊은 이슬람주의 세력은 쿠데타 후 정치권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지만 과도정부 지도자들은 카타르·터키와의 관계도 경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서구 국가들은 수단 과도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군부와 야권의 합의사항이 순조롭게 이행돼 민주화가 진척될 경우 미국은 수단을 테러지원국 목록에서 제외하고 수단 경제 회생을 위한 지원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알바시르 축출과 민주화 과정 착수를 계기로 수단 정부 역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해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제2의 시리아냐, 수단의 봄이냐 기로 = 민주화가 빨리 정착되지 못하면 대리전이 일어나 제2의 시리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BBC 군사전문기자 조너선 마커스는 수단의 현 상황을 시리아와 비교하며 또 다른 비극을 경고했다. 시리아 사태의 경우 독재정권을 몰아내려는 시도 후 외세가 개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는데 수단 역시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다. 그는 다만 미국과 러시아의 개입이 있던 시리아의 경우와 달리 수단에는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사우디와 카타르의 개입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수단은 사우디·UAE, 카타르·터키 두 진영 간 외교 대리전의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군부가 즉각적인 민정 이양을 수용해 수단에서 민주화가 정착될 경우 아프리카 역내 민주화를 추동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수단과 비슷한 시기에 알제리에서는 반정부 시위와 군부의 압력으로 20년간 집권한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사임했다. 수단의 정치 변동을 목격한 알제리 국민은 향후 기득권층의 완전한 퇴진 요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단과 인접한 국가들에서는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33년,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이 36년,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이 28년 동안 장기집권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도 반정부 세력이 수단의 민주화에 자극을 받을 경우 정치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정유정·박준우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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