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정부때 해킹혐의
檢 “민간사찰에 사용 없었다”
피의자 29명 모두 무혐의로

2015년 문재인 대표 수사촉구
정치적 공세 관련 논란 전망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 피의자 29명이 전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시민단체들이 서울중앙지검에 이들을 고발한 지 4년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지난달 23일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을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고 2일 밝혔다. 사건의 쟁점은 해킹 프로그램인 아르시에스(RCS·Remote Control System)를 활용해 국정원이 민간인을 해킹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RCS 사용 내역 일체(총 213명)를 전수조사한 결과 국정원은 대북활동(201건), 대테러활동(8건), 대공 활동(2건)에 활용했으나 민간인 사찰을 위한 사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내국인 4명, 국내 체류 외국인 1명에 대한 RCS 사용이 있었으나 이 또한 대북·대테러·대공 활동 차원이었고, 내국인임을 인식한 시점에선 바로 RCS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민간인 활용 여부를 떠나 RCS 활용 대상자가 내·외국인인지에 대한 구분 없이 국정원의 정보통신망 위반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통화내용을 수집한 19건에 대해서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감청)이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검찰은 RCS 활용이 국장급인 국정원 기술개발부서장의 승인을 받아 진행됐기 때문에 국장 위인 국정원장과 2·3차장, 기조실장이 관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원 전 원장 등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유다. 검찰은 당시 기술개발부서장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RCS를 사용해 민간인을 사찰한 게 아니라 대북·대테러·대공 활동을 한 것이며 그 외 사유로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일명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은 2012년 국정원이 이탈리아 보안업체로부터 RCS를 구입한 사실이 2015년 7월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의 내부 자료가 해킹으로 유출돼 위키리크스와 국내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다.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검찰이 즉각 수사와 압수수색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국정원의 은폐와 증거인멸을 방조하는 것”이라며 조속한 수사 착수를 촉구했다. 참여연대와 민변 등이 원세훈 등 전 국정원장 4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진행됐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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