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문화부 부장

관광은 ‘무기(武器)’다. 국제질서가 자국 우선주의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관광은 이제 분쟁 상대국의 목줄을 단번에 죄는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무기가 됐다. 개탄스럽게도 말이다.

관광을 시도 때도 없이 무기 삼아 꺼내 드는 국가는 중국이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은 최근 비공식 루트로 중국 여행사에 ‘미국여행상품 판매제한’을 지시했다. 2016년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했을 때 내부지침으로 단체관광을 금지했던 보복조치와 거의 똑같다. 한국을 상대로 한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금지조치는 3년째 진행 중이다.

중국이 처음 관광을 무기로 썼던 상대국은 일본이었다.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을 벌이던 중국은 2010년 9월 방일 관광 규제를 위협 수단으로 활용했다. 먼저 중국 바오젠(寶健)일용품유한회사가 방일을 불과 2주 앞두고 1만 명에 달하는 인센티브 여행을 취소했다. 일본 관광업계가 경악하자 이에 힌트를 얻은 중국 베이징(北京)시 관광 당국은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베이징의 수십 개 여행사 간부를 불러 일본여행 모집 광고 정지, 일본여행 판매 자제 등을 주문했다.

당시는 일본 정부의 비자발급 완화 조치로 중국 관광객이 매달 기록을 경신하며 일본을 방문하던 때였다. 그해 월별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최고 183.4%까지 늘었다. 하지만 방일 관광 규제조치 다음 달인 11월의 증가율은 -16.1%를 기록했다. 일본 관광업계의 피해는 컸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여행 거부운동으로 인해 받게 될 타격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우선, 관광객 규모부터 다르다. 중국의 보복조치가 취해진 2010년 한 해 동안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41만 명이었다. 반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754만 명. 2010년 일본 방문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숫자(861만 명)와 맞먹는 수준이다. 국가권력이 나서 단체여행을 막은 중국과 달리, 이번 자발적 일본여행 거부운동은 단체여행은 물론이고, 개별여행까지 포함된다는 것도 다르다.

이번 일본여행 거부운동으로 일본 관광업계는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대적으로 한국인이 많이 찾는 규슈(九州) 지역의 경우는 피해의 체감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규슈의 후쿠오카(福岡)는 한국인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의 5배에 달하고, 오이타(大分)는 자그마치 8배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지금 일본의 내국인 국내여행자 수도 격감 추세다. 지난해 일본의 내국인 국내여행자 수는 전년 대비 13.2%가 감소했다.

한때 ‘관광은 평화’였던 때가 있었다. 관광을 통해 양국 국민의 이해가 깊어지고, 그게 곧 평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관광 수입과 지출의 계산기보다 더 높은 수준의, 더 나은 가치의 교류가 이뤄진다고 믿었다. 따지고 보면 금강산 관광도 그래서 이뤄진 것이었다. 그런 생각은 잘못이었던 것일까. 평화의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는 관광을, 언제까지 무기로 삼아 서로 치고받아야 하는 것일까. 무도(無道)한 나라를 이웃으로 둔 우리에게, 관광은 그냥 ‘무기’인 걸까.

parking@munhwa.com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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