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총격범, 범행 직전
‘인종주의 옹호 성명’올려
뉴질랜드·샌디에이고 난사범
같은 사이트에 선언문 게재해
올해 총격 사망자만 8734명


3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총기를 난사한 총격범이 범행 직전 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 ‘에이트챈(8chan·일명 인피니티챈)’에 인종주의 옹호 성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이트는 ‘백인우월주의 테러리즘’의 선전·선동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엘패소 총격 발생 13시간 만에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도 총격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과거 우발적 총기 사건과 달리 법인이 탄환 100여 발을 소지하고 방탄복, 귀마개를 갖추는 등 치밀하게 사전계획된 범행이라는 점에서 미 전역이 공포에 휩싸였다.

4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전날 엘패소 동부 쇼핑단지 내 월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해 20명을 숨지게 한 패트릭 크루시어스(21)는 범행 직전 4쪽 분량의 성명을 에이트챈에 익명으로 올렸다. 엘패소 경찰은 성명이 익명 게재됐지만 백인우월주의 찬양 내용과 함께 “나는 아마도 오늘 죽으러 갈지도 모른다”고 암시한 점 등을 토대로 크루시어스가 성명을 올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성명에는 이번 총격이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에 대한 대응이고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아라비아 숫자 8을 눕혀놓은 형태로 무한대 기호(∞)와 유사해 ‘인피니티 챈’으로도 불리는 에이트챈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레드릭 브레넌이 2013년 검열 없이 메시지, 이미지 등을 공유하는 메시지보드(게시판)로 개설했다. 2014년 비디오게임 관련 성차별주의 논쟁(게이머 게이트) 당시 반여성주의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변질되기 시작했고 2015년 운영권이 참전용사 출신 짐 왓킨스에게 넘기면서 극우·극단주의의 온상이 됐다.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2곳에 반자동소총을 난사해 50명을 피살한 총격범 브렌턴 태런트(28)도 범행 직전 에이트챈과 트위터에 73쪽 분량의 선언문을 올렸고, 4월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유대교회당(시너고그) 총격사건 때도 용의자 존 어니스트가 범행 전 유대인을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선언문을 게재했다.

엘패소, 데이턴에서의 잇단 총격 사건으로 각각 20명과 9명(용의자 제외)이 숨지는 등 최근 열흘 새 7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46명이 사망한 가운데 대부분 사전계획된 범행이라는 점에서 총기 소지의 자유를 고수하는 미국 사회에 주는 충격이 더 크다. AP통신에 따르면 데이턴의 오리건지구에서 총기를 난사한 용의자 코너 베츠(24)는 범행 당시 대용량 예비 탄창과 최소 100발 이상의 총알을 소지했으며 방탄복, 마스크 등을 착용했다. 그는 총기 난사 시작 1분도 채 안 돼 경찰에 사살됐지만 짧은 시간에도 9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7명을 다치게 했다. 엘패소 총격범 크루시어스도 범행 당시 총격소음을 막는 귀마개를 한 채 라이플총을 쏘아댔다. CBS 뉴스는 비영리단체 ‘총격 아카이브’를 인용해 올해 미국 전역에서 보고된 전체 총격 사건은 총 3만328건이며, 이로 인해 8734명이 숨지고 1만7308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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