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1987년에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지난 2일 자로 파기됐다. INF는 사거리 500∼5500㎞의 단·중거리 미사일을 미·러가 감축 및 철수키로 한 대표적인 군축조약이다. INF 파기에 대해,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 및 발트 3국보다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 서유럽의 우려가 더 크다. INF가 파기된 다음날인 3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호주로 가는 기내에서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INF 파기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 환경에 직접 영향을 준다. 앞으로 유럽과 동북아에서 중거리 미사일 등 군비 경쟁이 재연(再燃)될 것이다. 특히, INF 파기 이후 미국이 동북아시아 지역에 중거리미사일을 새로 설치할 경우 중국의 격렬한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과 유럽의 나토(NATO) 동맹국들은 1966년 나토 핵계획그룹(NPG)을 설치, 핵공유를 해오고 있다. 나토의 핵공유란 전술핵무기에 대한 소유권과 최종승인권은 미국이 갖고, 그 운반 수단(폭격기)은 전술핵 배치국이 제공하는 방식이다. 핵무기 비보유국인 독일·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터키에는 약 150∼200기의 미국 전술핵무기(B-61)가 배치돼 있다. 그런데 동북아에는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 정책은 있지만, 나토식 핵공유 정책은 아직 없다. 미국은 동맹국과의 핵공유를 통해 동북아 지역의 안보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국방대학이 한·일과의 핵공유 방안을 제시한 데 대해,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은 공감을 표시했다. 미국 내에서 모종의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한·미 전술핵 공유와 관련해 제기되는 사안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술핵 공유는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한 위반이라는 의견이다. 한국과 미국은 당시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견인하기 위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서 모두 철수했다. 그러나 핵 개발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이젠 핵무기보유국이라고 공언한다. 이처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이 완전히 부숴 버렸다. 이미 사문화(死文化)한 공동선언에 계속 집착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상황이 변하면 대응 방식도 변해야 한다. 둘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하는 시각이다. 유럽처럼, 나토식 핵공유는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한 동맹국 간의 군사협력이다. 이 점을 설명하면서 정공법으로 돌파할 일이다. 사드 사태 때처럼 끌려다니면 안 된다. 셋째, 전술핵 공유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NPT 위반이 아니다. 이미 독일과 이탈리아 등 나토 5개국의 사례가 있지 않은가. 넷째, 전술핵 배치가 북한의 기습공격에 취약할 것이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한·미 협의를 거쳐 배치 장소와 운반 수단 등을 신축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안전 조치인 한·미 전술핵 공유에 합의하길 바란다. 한·미 핵공유는 강력하고도 유효한 북핵 대응 수단이다. 한·일 관계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해서, 우리 자신과 후손의 사활(死活)이 걸린 북핵 문제에 소홀히 대응해선 결코 안 된다. 우리의 주적(主敵)은 일본이 아니라 북한임을 명심해야 한다. 포스트 INF 시대,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도 부합하는 한·미 핵공유를 서둘러야 한다. 북한은 우리의 요격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이스칸데르형 미사일을 쏘아대며 우리를 대놓고 겁박하고 있다. 미국과의 전술핵 공유를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