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이언, 장현기, 임영익, 강도현 (왼쪽부터)
이상용, 이언, 장현기, 임영익, 강도현 (왼쪽부터)

- ⑩ 전문가 좌담 <끝>

법률 AI, 논문은 많이 쌓여도
개인정보법·변호사법에 막혀

亞서 앞선기업 없는 리걸테크
서두르면 ‘법률 한류’도 가능

연구 진행하다보면 다 法위반
‘데이터 3법’ 빠른 국회 통과를

활용할 데이터·융합인재 부족
기득권층 갈등 푸는것도 숙제


[참석자]
이상용 인공지능법학회장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단장
장현기 신한은행 R&D센터 본부장
임영익 인텔리콘 대표
강도현 지능정보사회추진단 부단장

사회 = 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국회에서 1년 이상 표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을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합니다.”

7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린 ‘인공지능 최전선(AI Frontier)’시리즈 결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AI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상용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이언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 장현기 신한은행 디지털R&D센터 본부장, 임영익 인텔리콘 대표,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능정보사회추진단 부단장은 2시간 동안 한국의 AI 정책과 현장 애로, 향후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자(이하 사)=각 분야 AI 전문가로서 일하면서 느낀 애로는.

△이언=10년 전 미국 AI 의사 ‘왓슨’을 들여오려 엄청 노력했다. 왓슨 자체보다 분위기를 만들고 설득하는 데 오래 걸렸다. 패스 디펜던시(path dependency) 알지요? 원래 하던 대로 하면서 잘 안 바꾸려 한다. 매우 보수적이다. 2016년 알파고 쇼크 후 모두 직업의 안정성을 걱정했다. 의사도 저항이 많았고, 학생 역시 의대 가도 되나 이랬다.

△장현기(이하 장)=은행에 온 지 아직 2년 안 됐다. 금융은 정보기술(IT)과 인식·시각이 달라 일단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오해와 과잉 기대가 많았다. 한 예로, 챗봇(chatbot)은 AI가 자료를 읽고 스스로 이해해 학습하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더라. 첫 도입 때 눈높이를 미리 낮춰놔야 실망 없이 계속 갈 수 있다. 안 그러면 ‘이것밖에 안 되냐’며 아예 안 한다고 하니까.

△임영익(이하 임)=법률에 수학, 물리학, 컴퓨터공학을 적용하면 단순반복·기계적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아마추어리즘으로 2010년쯤 시작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덜컥 아이디어가 채택돼 실제 개발에 들어갔다. 모르니까 용감했다. 최초라고 착각했다. 알고 보니 50년 전부터 미국에서 오래 연구한 분야였다.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을 텐데.(웃음) 해보니 이게 법학도 아니고 AI도 아니고, 융합 분야더라. 양쪽을 다 알아야 하니 그런 인재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내부 크로스 세미나를 열어 공부했다. 개발하는 3년 동안 하루 15시간, 20시간 연구하니까 몸이 축났다. 인재가 100명 정도 필요한데 없어서 애로가 많았다. 깊게 들어가자 데이터 부족도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

지난 7월 26일 문화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국내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도적 장벽과 향후 과제를 토론하고 있다.
지난 7월 26일 문화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국내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도적 장벽과 향후 과제를 토론하고 있다.

―사=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AI 정책 중 이런 건 좀 바꾸자고 건의할 내용은.

△이언=원격진료 몇 년째 된다 안 된다 지지부진한데, 의사는 현장에서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다. 보호자가 약 타러 와서 스마트폰을 들이민다. 환자를 영상통화로 연결해 ‘우리 어머니랑 얘기 좀 해보세요’ 이런다. ‘이거 의료법 위반입니다’ 하면 ‘의사 폰으로 하면 위반이지만 아들인 저와 어머니 폰으로 통화하는 거니까 위반이 아니다’ 그렇게 말한다. 사실 환자인 어머니 상태를 아들한테 물어봐도 잘 모른다. ‘밤에 잘 주무세요’ 하고는 아는 게 없다. 그런 아들하고 대화하는 것보다 영상통화로 당사자와 ‘새벽 몇 시에 깨나’ ‘한 번에 몇 시간씩 자나’ 물어보는 게 훨씬 더 정확하고 안전하다.

△임=리걸테크도 같다. 법률도 1도만 비틀면 다 변호사법 위반이다. AI 로봇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법 윤리, 인프라 없이 들어가면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 속도를 조절하는 거다. 해커톤, 경진대회 컨설팅 가보면 전부 다 의료법 위반이다. 제도를 모르고 하다가 힘이 빠지는 거지. 코칭을 못 받았나 물으니 몰랐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열린 공간 만들고 교육도 해야 한다. 법률 쪽 이야기하자면, 법원 판례를 다 공개할 필요까진 없지만 지금은 0.1%밖에 안 한다. 최소 1% 수준으로만 늘려줘도 괜찮다. 개인정보 때문에 안 한다는 게 명분인데, 일부 맞는 말이지만 그런 문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민관 합동 거버넌스 형식으로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이상용(이하 이)=인공지능법학회는 AI 정책에도 관심이 있다. 논문은 많이 쌓여 있는데 정책이 통과가 안 된다. 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에서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요청하고 싶은 90%가 이거다. 법 통과가 그렇게 중요하다. 물론 학회는 법률 인공지능(AI for law), 즉 법률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해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나에도 관심이 많다. 리걸테크, 법률 AI가 잠재력이 큰데 지원이 안 되고 생태계도 갖춰져 있지 않다. 미국 리걸테크 시장은 3년마다 1.5배씩 성장하는 유망 분야다. 우리 리걸테크 시장도 전체 법률 시장 3조 원 중 10% 정도 차지할 것이다. 이렇게 규모가 큰데도 정부 지원 리스트에 든 걸 한 번도 못 봤다.

△임=정부 역할이 큰 것 같다. 우리한테 유리한 점은 뭐냐면 영미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리걸테크가 대륙법 계통 국가에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독일과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시장이 큰데 아직 앞서가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면 ‘법률 한류’를 만들 수 있다. 일본은 법도, 말도 비슷하다. 한국어 형태소 데이터를 갖고 일본 사법시험 40문제 푸는 경진대회에 우리가 두 번이나 우승했다. 일단 관심만 가져주면….

△강도현(이하 강)=과거 정보통신부 1995년 시범사업을 보면 엄청 급진적인 게 있다. 포항-울릉도 간 원격재판을 하겠다는 모델이 기억난다. 당시 기술이 덜 받쳐줘서 한계가 있긴 했다. 의료법에 원격의료 넣자는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정보통신기술(ICT) 담당 부서는 환영했다. 뭔가 이뤄질 거로 봤는데 의료법 벽에 부딪혔다. 조화롭게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AI 역시 우리도 답답한 상태다. 의사처럼 사회지도층에서 이익 다툼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문제다.

△장=각 도메인(영역) 전문가들이 이해관계를 떠나서 꼭 해야 할 일을 해주면 좋겠다. 판례 같은 데이터를 공개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익명화 문제가 걸린다. 누가 나서서 하기 힘들다. 정부가 과제화해서 익명화하는 사업을 하면 좋겠다. 아직 데이터가 모자란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해주면 산업계는 활용할 수 있으니까 각 분야가 발전할 수 있지 않겠나.

△이=데이터 익명화를 말했는데 현행 개인정보보호법하에서 익명화는 매우 달성하기 힘든 수준이다. 또 실제 달성하더라도 가치 없는 데이터가 되는 게 대부분이다. 개인정보 중 일부를 가명 정보로 완화해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바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다. 이게 통과돼야만 우리나라 AI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그게 1년 넘게 통과가 안 되니 어떤 연구·개발(R&D)도 소용이 없다.

△강=정부도 같은 생각이다. 오늘 좌담회 중 이것 하나만 제목으로 나가도 그만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직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고, 시민단체 역시 여전히 다른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합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데이터 3법, 서로 불만이 있더라도 통과시키자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정리=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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