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1000만’ 실미도 이후… 전수 조사로 본 ‘흥행감독 톱5’

- 4425만명 김용화
‘신과 함께 1·2’ 등 볼거리 풍성
희망 찾는 메시지로 위안 줘

- 3954만명 최동훈
‘암살’ 등 치밀한 각본과 연출
스태프도 좋아하는 ‘相生감독’

- 3794만명 봉준호
‘기생충’등 작품성·상업성 겸비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 ‘봉테일’

- 3549만명 윤제균
‘국제시장’ 등 웃음·울음 조합
코미디·휴머니즘 장르 안가려

- 3194만명 류승완
‘베를린’ 등 사회성 강한 작품
안 가본 길 모색하는 열정파


여름 성수기 극장가는 검증된 중견과 파릇파릇한 신인 감독들이 혈전을 치르고 있다. 올해 이미 ‘극한직업’과 ‘기생충’,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한 한국 영화계의 목표는 여전히 1000만 고지다. 2003년 ‘실미도’ 이후 현재까지 이 고지를 정복한 한국 영화는 총 19편.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듯 1000만 영화 뒤에는 탄탄한 연출력으로 무장한 감독들이 버티고 있다. 배우들의 경우 송강호, 황정민, 하정우 등이 누적 관객 수 1억 명을 돌파했지만, 매년 작품을 선보이거나 겹치기 연출이 불가능한 감독들의 관객 수는 이를 밑돌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온 감독은 누구일까? 문화일보가 ‘실미도’ 이후 16년간 모든 감독의 작품을 전수조사해 ‘빅5’를 추렸다. 단,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영화는 집계에서 제외했다.

◇빅5, 김용화·최동훈·봉준호·윤제균·류승완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주인공은 4425만 명의 선택을 받은 김용화 감독이다. 웃음과 신파, 볼거리를 적절히 섞으며 대중이 원하는 지점을 가장 잘 짚는 것으로 정평이 난 김 감독은 2003년 ‘오 브라더스’(310만 명) 이후 ‘미녀는 괴로워’(608만 명), ‘국가대표’(839만 명)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어 ‘신과 함께’ 시리즈인 ‘죄와 벌’과 ‘인과 연’으로 각각 1441만, 1227만 명을 동원해 ‘쌍천만 감독’에 등극했다. ‘신과 함께’와 ‘미녀는 괴로워’를 만든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김 감독은 대중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며 “어려운 삶 속에서 희망을 찾는 메시지로 위안을 주기 때문에 대중이 호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께 작업한 배우와 스태프의 만족도가 높기로 유명한 최동훈 감독이 3954만 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2004년 치밀한 각본과 연출력이 돋보인 ‘범죄의 재구성’(212만 명)으로 주목받은 최 감독은 ‘타짜’(568만 명), ‘전우치’(606만 명)로 워밍업을 마친 후 ‘도둑들’(1298만 명)과 ‘암살’(1270만 명)로 연이어 1000만 고지를 넘었다. 그의 작품은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다. ‘도둑들’과 ‘암살’이 끝난 후 막내 스태프에게까지 보너스를 지급해 ‘상생(相生)’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다.

‘봉테일’로 불리는 봉준호 감독이 그 뒤를 잇는다.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년)가 흥행에 실패했지만 ‘살인의 추억’(525만 명), ‘마더’(298만 명)로 관객과 평단을 모두 만족시켰다. ‘괴물’(1301만 명) 이후 해외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받으며 ‘설국열차’(935만 명)를 만들었고, ‘기생충’(1005만 명)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쥐며 작품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국가대표급’ 감독으로 거듭났다. 넷플릭스 영화로 극장 관객이 의미 없는 ‘옥자’(32만 명)를 제외한 총 누적 관객 수는 3794만 명.

웃음과 울음을 섞는 솜씨가 남다른 윤제균 감독은 3549만 명으로 4위에 올랐다. 2000년대 초 ‘두사부일체’(330만 명)와 ‘색즉시공’(408만 명)을 통해 흥행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윤 감독은 이후 휴머니즘을 강조한 영화로 선회했다. ‘1번가의 기적’(253만 명)으로 예열을 끝낸 뒤 ‘해운대’(1132만 명)를 통해 1000만 감독 대열에 합류했고, 한국 근현대사를 꿰뚫은 영화 ‘국제시장’으로 1426만 명의 눈물을 쏙 뺐다.

사회성 강한 굵직한 메시지를 대중적으로 푸는데 일가견이 있는 류승완 감독이 빅5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갑질’과 이를 타파해가는 과정을 군더더기 없이 담은 ‘베테랑’(1342만 명)과 함께 사회 부조리를 밀도 높게 파헤친 ‘부당거래’(272만 명),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을 배경으로 남북 관계를 다룬 ‘베를린’(716만 명) 등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3194만 명을 동원했다. 류 감독이 속한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찾고 가보지 않은 길을 모색하는 류 감독의 열정과 한국 영화를 믿고 찾아주는 관객의 신뢰가 빚은 결과”라고 말했다.

◇흥행 아이콘, 빅5 감독의 공통점은?

‘영화를 잘 만든다’는 뻔한 설명은 제하고, 빅5 감독의 흥행 공식은 무엇일까? 일단 대중의 눈높이를 안다. 이들이 만든 영화 중 ‘부당거래’와 ‘색즉시공’을 제외하면 모두 청소년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다양한 연령층이 선택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5명이 배출한 1000만 영화는 총 9편. 19편의 1000만 영화 중 47%가 이들의 손을 거쳤다. 원 대표는 “김용화, 최동훈 등은 대중이 가장 알기 쉽게 얘기하는 진짜 대중 감독”이라며 “내가 아는 것을 남들도 쉽게 알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흥행 감독의 필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빅5 감독은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솜씨도 빼어나다. 송강호·황정민·하정우 등 ‘1억 배우’들은 이들의 단골손님이다. 김 감독은 하정우와 3편을 함께 했고, 봉 감독 곁에는 4편에 출연해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송강호가 있다. 류 감독은 황정민과 ‘베테랑’ ‘부당거래’로 호흡을 맞췄다. 배우의 티켓 파워를 무시할 수 없지만, 이들이 빅5 감독과 함께한 영화와 그 외 영화의 흥행 성적을 비교해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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