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미국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줄을 선 채 입장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부터 북한을 방문·체류한 적이 있는 한국민은 무비자 미국 입국이 불허됐다.
6일 오전 미국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줄을 선 채 입장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부터 북한을 방문·체류한 적이 있는 한국민은 무비자 미국 입국이 불허됐다.

이란 등 7개국에 北까지 포함
美에 위협적 존재 명시한 조치
北과 실무협상 중 압박용인듯

작년 평양 방문했던 文대통령
참모·취재기자까지 모두 적용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등
향후 남북협력 사업 차질 예상


미국의 북한 여행·방문 경력자에 대한 무비자 입국 불허는 사실상 추가적인 독자 대북제재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기존의 이란·시리아·이라크 등 7개국에 북한까지 포함시키면서 북한을 미국 본토에 위협적인 존재라는 점을 분명히 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추진에 있어서 북한 비핵화보다 남북관계가 앞서나가선 안 된다는 대남 ‘쐐기 효과’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면서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남북 교류·협력사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6일 미국 국토안보부 등에 따르면 비자 면제를 신청하는 전자여행허가제(ESTA) 사이트에는 이날부터 신청 시 ‘2011년 3월 이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 항목이 추가됐다. 이 항목에 ‘그렇다(YES)’로 표기할 경우 ESTA 신청은 자동 불허된다. 이 경우 미국 대사관을 직접 방문, 방미 목적에 맞는 비자를 신청한 뒤 인터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ESTA를 통한 방문이 안 되는 것일 뿐 미국 방문 자체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 긴급 방문이 필요한 경우 발급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긴급예약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전격 취한 것은 ‘6·30 미·북 판문점 회담’에서 합의된 미·북 실무협상이 북측 무응답으로 연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 7월 말부터 이날까지 4차례 미사일 도발을 이어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이후 20개월 만에 이 조치를 시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발언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독주 우려가 높은 남북 교류·협력에 ‘고삐’를 쥐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무비자 입국 제한은 ‘북한을 방문한 모든 여행객’이 대상이므로, 가족 상봉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했던 이산가족은 물론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관계 장관, 공무원, 취재기자, 동행한 기업인 등 모두가 적용을 받는다. 미국이 ‘공무원으로서 공무수행을 위해 방북한 경우는 ESTA를 통한 미국 방문이 가능’이라는 예외 조항을 뒀지만, 공무 수행을 위해 방북했음을 입증하는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강산 관광·개성공단과 같은 남북 교류·협력 재개 시 민간 투자 위축과 일반 국민의 북한 방문 기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비자면제프로그램(VWP) = 미국이 현재 한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38개국 가입국 국민의 경우 관광 및 상용 목적에 한해 최장 90일까지 비자 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기존의 미국 대사관 방문 및 인터뷰 등과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온라인으로 등록하면 된다. ESTA 승인을 한 번 받으면 향후 2년간 유효하다. ESTA상에서 승인이 거부될 경우에는 미국 대사관에서 직접 비자를 받아야 미국 입국이 가능하다. 한국은 2008년 10월 17일 VWP에 신규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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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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