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5일 국내 원·달러 환율은 2년7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해 1215.3원을 기록했고, 코스피 지수도 전일 대비 2.56%, 코스닥은 7.46%나 폭락해 각각 1946.98과 569.79를 기록했다. 금 가격과 거래량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RX금시장의 1g당 금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3.25% 올라 5만7210원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 금 거래량 역시 7월 한 달 하루 평균 거래량의 5배에 이르는 약 146㎏이나 됐다.
금융시장은 미래의 경제 상황을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 그래서 이렇게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며, 금 가격과 거래량이 폭등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기감에 대한 경고다. 여기에는 대내외적인 요인이 있다. 국내 요인으로서 가장 근본적인 것은 장기 경기침체와 성장동력 저하(低下)다. 한국 경제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 1분기 성장률이 -0.4%로 주저앉았다. 2분기에 1.1%로 반등했지만, 이는 정부 지출 증가의 결과이고, 민간 부문은 오히려 -1.3%로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37% 급감하는 등 기업실적도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으며 이자 비용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성장과 고용의 근원인 기업의 활동을 개선하기보다는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과 규제에 집중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법제화, 직장 내 괴롭힘방지법, 화학물질관리법 등 기업이나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친(親)노조·반(反)기업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 노동계는 상생과 협력보다는 투쟁과 갈등으로 치닫고, 정치권은 온통 내년 총선에만 몰입한다.
이렇게 불안한 경제 상황에 더해 우호적이지 않은 대외 요인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첫 번째 대외 요인은 단연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은 그 핵심 소재 및 부품을 일본에서 90% 이상 수입한다. 따라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대외 요인은 미·중 무역 분쟁이다. 미국 재무부는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앞서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월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재무부의 이날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라 미·중 무역 분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27%에 이른다.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구조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올리면 중국뿐만 아니라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는 한국도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경제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선 너무 늦기 전에 조치를 해야 한다. 미·중 무역 분쟁과 같은 대외 요인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국내 요인은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기감을 키운 것은 현 정부의 반시장적·반기업적 정책이므로 이를 폐기하고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과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경제적 이유가 아닌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반발로 나왔다. 따라서 이 문제는 반일 감정을 자극해 극단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정치와 외교를 통해 차분하게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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