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를 쌓아 노점과 청년점포가 공존하는 광장을 만든 ‘신촌 박스퀘어’.
컨테이너를 쌓아 노점과 청년점포가 공존하는 광장을 만든 ‘신촌 박스퀘어’.
‘신촌 박스퀘어’

이화여대 앞길은 예전부터 노점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노점이 많을 때는 그 수가 80여 개에 이를 정도였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값싸고 접근성이 좋은 노점들은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점이 많아지면서 학교 앞 건물 점포들의 불만도 늘어갔다. 길을 무단으로 점거한 노점들로 인해 점포가 가려져 소비자의 접근을 막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지저분한 조리 환경과 LPG 통으로 인한 위생과 안전문제를 그대로 둘 수는 없어 결국 해당 구청에서 나서게 됐다.

2018년 9월 15일 신촌 기차역 앞 공터에 모습을 드러낸 ‘신촌 박스퀘어’는 이화여대 앞길을 점거했던 노점상과 청년상인들을 위한 공공임대 상가다. 컨테이너박스를 쌓아 올린 3층 규모의 이 건물은 이대 앞 골목길처럼 내부 통로를 따라 점포들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작은 광장을 갖춘 1층에는 거리가게로 이름을 바꾼 23개의 노점이 입주해 있다. 이들 노점은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자영업자로 변신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옷집에서 분식점, 타로 상점까지 이대 앞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함을 한곳에 모아 놓았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오르면 청년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청년점포가 있다. 특히 올 3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청년키움식당’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외식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한 달을 주기로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점포 공간의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화여대와 전문 외식 창업 컨설팅 회사가 손잡고 조리법, 메뉴 개발, 매장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어 예비 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촌 박스퀘어의 가장 높은 곳인 3층에는 수제맥주를 파는 루프톱이 있어 신촌 기차역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신촌 박스퀘어는 청년 창업자와 노점상들의 형편을 고려해 청년점포는 최대 3년까지 노점상점은 기간 제한 없이 6.6㎡(1.99평)를 기준으로 월 7만∼10만 원에 점포를 제공하고 있다. 신촌 박스퀘어가 조성된 신촌 기차역 앞 공터는 교통섬으로 도로에 시설물을 놓기 위해 이동이 가능한 컨테이너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설건축물인 컨테이너를 통해 기존 건축물에 대한 도전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대학가에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 됐다.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지만 도로 위에 임대상가를 조성하고 노점상을 모으는 일은 해결해야 할 게 많은 어려운 일이었다. 신촌 박스퀘어는 2018년 ‘서울시 자치구 행정 우수사례’ 최우수상과 ‘대한민국공공디자인상’을 수상했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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