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탁 연세대 명예교수·교육학

교육부가 지난 2일 자사고 10개교의 일반고 전환에 동의함으로써 출범 19년 만에 자사고 시대의 폐막이 시작됐다.

자사고는 고교 교육의 다양화라는 큰 틀 안에서 도입됐다. ‘우리 사회의 교육적 병폐인 입시 중심의 사교육을 점진적으로 고쳐 나가고 교육의 자율성을 신장하며 청소년의 다양한 잠재력을 계발해 교육이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확실하게 열어가는 힘이 되도록 하겠다.’ 그 첫걸음이 고교의 자립과 자율이다. 이러한 의미와 의지가 자사고의 출범에 있었다. 자사고는 그러나 과학고·외국어고 등과 나란히 또 하나의 입시 특성화고가 됐다는 오해를 초래했다. 그 결과 정치적 이념 투쟁에 동반돼 자사고 폐지의 폭풍을 맞게 됐다. 폐지 바람은 자사고 존폐를 공론화하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제안에서 그 정치적 색깔의 극치를 보여준다.

교육은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나, 이 둘의 관계는 평등한 이해와 협력의 관계이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고 구속하는 관계가 아니다. 교육이 정치에 종속되면 교육은 필연적으로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하여 패리(悖理)된다. 자사고의 문제도 이러한 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

자사고가 일반고와 다른 점은 우선 부모의 학교 선택권과 학생의 사교육 해방이다. 여기엔 우리의 대입 현실에서 학교에서 베풀어주는 교육만 충실하게 받으면 원하는 대학에 무난히 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돼 있다. 그래서 학부모는 일반고의 2.5배가 넘는 학비도 기꺼이 부담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학교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모집, 영·수·국을 바탕으로 한 전인적(全人的) 인문교육에 집중했다. 그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 즉, 입시의 현실에 본질적 변화가 없이는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교육부는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주는 등 입시제도를 바꿔 일반고 교육이 정상화되도록 노력했는가.

모든 학교교육은 청소년의 잠재 가능성이 최적으로 성장 발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하여 청소년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의 고유성과 차이성에 기초해 볼 때 평등한 교육을 베풀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하나의 획일적인 상대평가의 구조 아래선 이뤄질 수 없는 만큼 필연적으로 절대평가의 다양한 구조 아래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교육의 본질을 바로잡고 쟁취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입시 제도 아래서 학제를 평준화하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는 너무나 자명하게도 교육의 질(質) 저하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립형 자사고 6개교는 이제 갓 19년이 됐고, 광역 단위로 모집하는 자율형 자사고는 이제 겨우 10년이 됐다. 이는 성장의 기초를 다지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그러나 그렇질 못했다. 다양한 행정적 통제와 간섭 아래서 생존에 급급했을 뿐이다. 국가는 차제에 자사고가 자립과 자율의 뿌리를 다양하고 특색 있게 내리도록 행정적으로 잘 뒷받침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세계적 명문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산고 학생의 76%가 의대에 가는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상산고를 의대 지망 특성화고로 육성해 위대한 의학도와 의사들을 배출하는 명문으로 만드는 것이 국가에 더 이롭지 않겠는가.

지금은 교육이라는 밭을 온갖 거름으로 기름지게 만들어, 이 밭에서 청소년이 자신의 꿈을 꾸며 각자가 독특한 자아를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행정을 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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