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티코 ‘역사적 배경’ 보도

1800년대 유럽서 처음 유래
임금 적게 주려던 꼼수 악용
“반민주적 관습” 반대 운동도


“흑인들은 당연히 팁을 받고 받기를 기대한다. 팁은 열등함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인에게 돈을 주는 팁은 나를 난처하게 했다. 팁은 비굴함과 함께 간다. 팁은 이 나라의 유권자에게 가장 정당하지 못한 제도이다.”

1902년 미국의 저널리스트 존 스피드가 쓴 글이다. 이 글은 미국 팁 문화의 인종주의적 뿌리를 보여준다. 팁은 노예 해방이 이뤄진 후 흑인들에게 저임금을 주기 위해 확산했다. 이에 반발하며 팁 반대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팁은 오늘날까지도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을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폴리티코에 따르면 팁은 대부분의 미국인이 알고 있는 역사적 상식보다 훨씬 인종차별적인 배경에서 탄생했다. 팁 문화는 본래 미국이 아닌 봉건적인 유럽에서 유래됐는데, 1800년대 중반 유럽을 방문한 미국 여행자들은 유럽의 세련미를 과시하고자 이 문화를 자국으로 들여왔다. 팁 문화는 남북전쟁 후 노예였다가 해방된 흑인 노동자가 서비스직에 종사하면서 미 전역으로 확산했다. 노예제가 종결됐지만 1870년대에 흑인은 여전히 직업 선택의 제한을 받았다. 이들의 선택지는 웨이터, 이발사, 철도 짐꾼 등이었다. 이 같은 직종의 고용주들은 손님들이 팁을 준다는 조건하에 근로자들에게 매우 적은 돈을 지불했다.

‘0’달러의 임금과 얼마 받을지 모르는 팁으로 노예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고용주들도 있었다. 가장 악명 높은 사례는 흑인을 짐꾼으로 고용한 풀먼 컴퍼니다. 이 회사는 흑인 노동자들에게 실제 임금을 지불하는 대신 매우 적은 임금을 줬고, 노동자들은 수입의 대부분을 백인 고객들이 주는 팁에 의존하게 됐다.

역사상 팁 반대 운동이 벌어진 시기도 있다. 1860년대 유럽에서 ‘팁 주지 않기 운동’이 벌어졌다. 1900년대 초 미국 일부 주에서도 팁의 인종주의적인 뿌리를 인정하며 팁을 주는 관행을 끝내려고 노력했다. 미국에서 팁이 처음 도입되던 때 대부분의 식당 방문자들은 팁을 본질적으로 ‘계급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작가 윌리엄 스콧은 팁을 미국의 이상에 반하는 귀족적인 관습이라고 서술하며 “팁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과의 관계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만큼 반민주적”이라고 주장했다. 스콧은 “공화국의 모든 시민은 다른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며 “굽실거릴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오와·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워싱턴DC·미시시피·아칸소주 등 미국 6개 주는 1915년 팁을 폐지했다. 당시 아이오와주에서는 팁이 적발될 경우 팁을 준 사람뿐만 아니라 받은 이들도 벌금을 내거나 감옥에 가야 했다. 1918년 조지아주 의회는 팁의 목적이 서비스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팁을 상업적 뇌물로 간주했다. 이같이 팁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지만 남부 주에서 팁은 여전히 인기를 끌었다. 1926년 불경기가 시작되면서 팁 금지법은 주 대법원에 의해 폐지되거나 위헌으로 간주됐다.

오늘날 팁은 그 근원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을 보여주는 문화가 됐다. 외식업계의 서비스직 근로자들은 다른 이들보다 가난하거나 가난할 가능성이 높다. 식당업주들은 손님들의 여윳돈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보조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면 비싼 메뉴에 걸맞게 좋은 팁을 받으며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지만, 이러한 직업은 거의 없다. 있더라도 대부분 백인이 차지하고 있다. 팁의 액수에도 인종 차별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웨인주립대와 코넬대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서비스 품질과 관계없이 흑인보다 백인 직원에게 더 많은 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팁을 더 주는데, 직원의 피부색이 그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외식업계와 손님들의 차별로 식당 종업원들 중 유색인종은 백인보다 56% 적은 수입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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