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기는 ‘예능 늦둥이’ 두각
‘반전 매력’ 김동현, 방송 섭렵
강호동·서장훈·안정환 이어
스포츠 스타가 방송가 샛별로
뛰어난 체력·순발력이 무기
‘새 얼굴’을 갈구하는 예능가에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들이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주인공은 ‘신인’이라고 불리기 민망할 정도의 연륜과 인지도를 쌓은 박찬호, 이만기, 김동현 등이다. 자기 영역에서 최고 기량을 인정받았던 이들이 전성기 운동 실력 못지않은 입담으로 강호동, 서장훈, 안정환을 잇는 스포테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본업은 잊어라
성공한 메이저리거로 동양인 최다승 기록까지 갖고 있는 박찬호의 요즘 별명은 ‘투머치토커’다. 오랜 미국 생활로 인한 특유의 어눌한 발음으로 쉬지 않고 이야기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CF도 여러 편 촬영했다. “제가 94년 LA가 있을 때”로 시작해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늘어놓는 한 기업 CF는 유튜브에서 약 2개월 만에 422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 다른 메이저리거 김병현 역시 지난 7월 MBC ‘라디오스타’에서 남다른 말솜씨를 자랑한 데 이어 9일 처음 방송된 MBC 새 예능 ‘편애중계’에 고정 출연진으로 발탁됐다.
약 20년 전 선수 생활을 마치고 정치인, 교수로 활동하던 이만기는 뒤늦게 ‘예능 늦둥이’로 주목받고 있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에서 장모와 ‘톰과 제리’ 같은 관계로 웃음을 줬던 그는 최근 JTBC ‘뭉쳐야 찬다’를 비롯해 채널A ‘아이컨택트’, KNN ‘섬마을 할매’ 등 다양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허재, 양준혁도 ‘뭉쳐야 찬다’에서 전문 방송인 뺨치는 입담으로 차세대 스포테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현역 선수로는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활약 중인 프로축구선수 이동국에 이어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이 떠오르는 신성이다. 그는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을 비롯해 tvN ‘플레이어’, 채널A ‘팔아야 귀국’ ‘뭉쳐야 찬다’ 등 4∼5개 예능에 고정 출연 중이다. tvN 관계자는 “링 위에서 엄청난 근육을 자랑하는 야수지만 예능에서는 실수를 연발하는 반전 매력이 돋보인다”며 “대다수 운동선수 출신들이 그런 색다른 모습으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고 말했다.
◇왜 스포테이너에 열광하나
이제까지 스포츠 스타 출신 방송인은 꾸준히 공급됐다. ‘국민 MC’로 불리는 강호동을 비롯해 서장훈, 안정환 등은 메인 MC로 손색이 없다. 이들은 물론 요즘 새롭게 부상하는 박찬호, 김병현, 이만기, 허재 등은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레전드’로 불렸던 인물이다. 이들의 인지도는 웬만한 연예인을 넘는다. 10년 이상 내공과 인기를 쌓아야 주요 진행자 자리에 오르는 전문 방송인과는 출발선이 다르다. 대중들로선 예능을 통해 선수 시절과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반갑다.
스포테이너들의 남다른 인맥도 강점이다. 스타와 스타는 통하듯, 이들은 현역 시절 유명 연예인과 친분을 맺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본업과 다른 방송가로 뛰어들어도 이질감 없이 빠르게 적응하며 자리 잡을 수 있다.
게다가 방송 관계자들은 항상 ‘에피소드’에 목말라 있다.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하면 ‘재탕’이라는 지적이 비수처럼 날아오는 상황에서 국민 모두가 기억할 만한 스타들의 현역 시절 이야기는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이만기가 최근 JTBC ‘한끼줍쇼’에서 현역 시절 떠오르는 신인이던 후배 강호동의 얄미운 퍼포먼스에 화가 나 “깝죽거리지 마라”고 일침을 날리며 강호동이 내민 손을 거부했다는 이야기는 대표적 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스포츠 선수는 대중 앞에 서는 일이 낯설지 않고, 대중도 그들을 이미 연예인처럼 느낀다”며 “요즘 예능은 체력이 관건인데 그 점에서도 스포츠 선수들이 강점을 갖고 있다. 오랜 선수 경험을 통해 돌발 상황에서 발휘되는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전문 방송인이 되기에 적합한 자질”이라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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