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퍼포먼스 ‘보는 음악’ 대신
OST 등 감성만점 ‘듣는 음악’으로
노래방서 간단히 부르기에 부담 없고
SNS 채널로 신곡소개·홍보도 쉬워져
개인 취향 맞춤형 선곡시스템도 한몫
◇노래방이 저문 시대, ‘보는 음악’에서 ‘부르는 음악’으로
여름 가요계, 아이돌이 힘을 쓰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 많은 가요 관계자가 하나같이 꼽은 이유는 다름 아닌 노래방. 워라밸과 주 52시간 시대, 직장 회식이 줄어들면서 단체로 찾는 노래방은 오래전 정점을 찍고 시들해진 지 오래다. 10∼30대 초반 젊은층은 노래를 불러도 노래방이 아닌 코인 노래방을 찾는다. 노래방 인기 하락과 함께 코인 노래방도 점포 수가 줄어들고 있다지만, 노래방에 간다면 1, 2명이 즐기는 코인 노래방으로 간다. 이전의 노래방에선 함께 부르는 신나는 노래가 인기였지만 이젠 혼자 부르는 노래가 대세다. 혼자 부르는 노래라면 가사를 음미하며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수치로 증명된다. 가온차트의 ‘노래방 차트’에 따르면 7월 28∼8월 3일 기준 톱10은 ‘포장마차’(1위), ‘술이 문제야’(3위), ‘니 소식’(4위), ‘헤어져줘서 고마워’(7위),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8위) 등 발라드가 석권하고 있다. 이 노래들은 멜론 차트 톱10에 포함돼 있다. 평소 즐겨 부르는 노래를 즐겨 듣는 셈이다. 음악 제작 및 홍보사 포츈엔터테인먼트 이진영 대표는 “요즘은 회식이나 모임 이후 2차로 옮기는 과정에서 마음에 맞는 이들 몇 명이 따로 코인 노래방에 다녀온다고 한다. 이때 부르는 노래를 음원사이트에서 자주 들으며 차트 순위를 끌어올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 종사자들은 종종 코인 노래방을 찾는다. 다른 방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만 들어도 어떤 노래가 차트에 오를지,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보다 위력적인 SNS
요즘 인기가 높은 몇몇 발라드는 신인들의 노래다. ‘포장마차’와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를 부른 황인욱과 마크툽, 그리고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으로 유명한 임재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름이나 얼굴보다 노래가 더 유명하다. 이들은 TV 출연 횟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의 노래는 어떻게 유명해졌을까?
이는 미디어 환경과 연결된다. 과거 신인 가수들의 등용문이나 스타가 되는 지름길은 유명 TV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퍼포먼스와 외모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신인 아이돌 가수들은 여전히 방송국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요즘 발라드 가수들은 홍보법부터 다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유명 SNS가 이들의 기반이다. 수만∼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음악 채널을 통해 신곡을 홍보한다. 과거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즐겼듯이, 요즘 신세대는 본인 취향에 맞는 노래를 들려주는 SNS 채널을 찾아간다. 발라드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이는 곳에서 신곡을 소개하면 반응도 즉각적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신인 발라드 가수의 음원 순위가 높다고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기 전, 트렌드 변화를 읽어야 한다”며 “많은 팔로어를 보유한 파워 유튜버 등을 통해 신곡을 소개하면 순위가 상승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 전제는 ‘노래가 좋다’는 평가”라고 덧붙였다.
◇개인 취향의 큐레이션 서비스
3인조 혼성 그룹 쿨은 이름처럼 여름을 대표하는 그룹이다. 여름이 되면 으레 앨범을 발표하고 대박이 났다. 이어 클론, 룰라를 거쳐 최근에는 걸그룹 씨스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씨스타까지 해체된 요즘 ‘여름 가수’로 부를 만한 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명 아이돌 그룹도 비수기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후 처음으로 장기 휴가를 선언했고, 다른 유명 그룹들도 대부분 해외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사회 안팎의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가요기획사들이 여름에 초점을 맞춘 흥겨운 기획 앨범 발표를 꺼리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멜론 관계자는 “이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인공지능 기반의 큐레이션 등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와 기능이 강화되면서 대중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노래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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