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가 지적한 대로, 경기침체에 따라 세수가 목표보다 덜 걷히면서 상반기 국세 수입이 약 156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 원 줄었다. 반면, 경기 부양을 위해 상반기에 예산에 반영된 연간 재정 지출의 65.4%를 집행해 지출과 수입의 차이인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59조 원을 넘었다. 2011년부터 재정적자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적자 폭이다.
뭔가 잘못 돌아가는 게 아닌지 생각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에서 제시된 정부의 ‘적극적 재정 운용’에 대한 강조와 국가부채 확대에 대한 논의는 현재 집권 정치권의 ‘경제맹’에 가까운 이상을 반영할 뿐 현재의 재정 환경과 거시경제의 니즈에 대해 소홀한 것이라고 본다.
첫째, 적극적 재정 운용의 한 축인 재정 규모의 확대는 거시경제의 총수요를 확대해 경제성장에 일조하는 효과와 동시에, 현재의 산업 및 시장 구조에서 정부의 영역 확대, 정부부문에 대한 의존성 강화, 시장 형성 방해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우리 경제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의 걸림돌이 자율적·혁신적인 민간부문과 시장부문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때, 정부 영역의 확장과 규제 권한의 확대는 경제 체제의 활력을 빼앗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일자리 정책에서 보듯이 상당수 지출 프로그램이 효율성이 낮을 뿐 아니라 노동시장에 교란을 일으켜 외려 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많다. 재정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노동소득 확대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 유도는 허언에 가깝다.
둘째, 정부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논의하면서 소재·부품·장비 분야 등에 대한 투자는 얘기하면서도 예산 배분의 내용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복지 지출이나 이전 지출에 해당하는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정된 세수 환경에서 지출 프로그램을 구조조정해 재정의 질을 높이겠다고 하나 재정에서 40%에 해당하는 복지부문에 대해선 말이 없다. 새롭게 도입된 다양한 복지 지출 프로그램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효과적인 지출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검토를 해야 할 정부의 역할은 방기한 채 복지 지출 확대로 성장을 달성한다는 비합리적인 포퓰리즘에 편승해 있다.
셋째, 적극적 재정 운용의 결과로 발생하는 재정적자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확대된 재정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과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증세라는 정도(正道)가 아닌 재정적자 확대를 통해 미래세대에 슬쩍 떠넘기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낮아지는 금리 수준과 이에 따라 줄어드는 이자 비용을 고려할 때 국가부채의 확대를 통한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기채를 통해 재정을 소비하는 세대와 이자 비용과 상환을 담당하는 세대가 다르다는 구조와, 이에 따른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일부러 무시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세대의 이익과 그에 따른 표(票)를 위해 미래세대의 복리를 훼손하는 정치권의 활동에 눈을 감은 것 같다.
재정을 통해 성장한다는 썩은 동아줄을 버리고 국민의 이익과 공익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재정정책의 패러다임을 추구해야 한다. 관료제의 권한과 민간의 의존성을 축소하는 지출 프로그램의 재설계, 소득 이전 프로그램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 세대 간 착취를 막는 재정 규율과 재정 준칙의 확립이 주요 내용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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