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은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와 공조하며 그 모든 존재를 생존하게 했다. 갈라파고스 제공
미생물은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와 공조하며 그 모든 존재를 생존하게 했다. 갈라파고스 제공

- 혼자가 아니야 / 마르크 앙드레 슬로스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일부 박테리아, 마음 진정시켜
인간에게 행복감 느끼게하기도

소 되새김 위는 미생물 서식지
풀 뜯어먹게하는 소화력 원천

생존하기 위해 미생물 꼭 필요
동·식물 넘어 문명까지 만들어
모든 생명 있는 존재와 ‘공조’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들이 있다. 그 대표는 역시 미생물일 것이다. 마르크 앙드레 슬로스 프랑스식물학회 회장의 ‘혼자가 아니야’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식물과 동물을 넘어 문명까지 만들어내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당연한 일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은 미생물이 첫 출발점이고, 더더욱 생존을 위해서는 미생물이 나름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책은 상리공생(相利共生), 즉 다양한 생명체가 미생물과 어떤 방식으로 ‘좋은 관계로 함께 살기’에 나서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식물과 동물에 호의적인 미생물이 도처에 널리 퍼져 있음을 내내 강조한다.

우선 식물을 보자. 저자는 식물을 일러 ‘미생물 뿌리 위에 우뚝 선 거인들’이라고 표현한다. 유럽 사람들은, 식민지의 수탈을 위해서인지 몰라도, 유럽 소나무를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이식하려고 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는데, 19세기 들어 약간의 유럽 흙을 섞거나 아예 유럽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던 몇 그루를 가져다 심는 식으로 이식에 성공했다. 유럽 토양의 균류가 있어야만 소나무가 생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들은 자신들의 뿌리에서 콜로니, 즉 여러 개체가 모여 하나의 생물체처럼 이룬 집단을 형성하는 균류가 있어야만 온전한 모습을 띨 수 있다. 미생물은 생장뿐 아니라 보호자 역할도 한다. 균류는 잎사귀를 보호할 뿐 아니라 토양의 독성으로부터 식물을 막아준다.

동물도 미생물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소의 되새김위는 미생물 집합소다. 소 체중이 8∼15%를 차지하는 되새김위는, 수분을 제외하면 50%가 미생물 무게다. 이들 미생물군이 잠시도 쉬지 않고 풀을 먹는 소 소화력의 원천이다. 소는 자기 소화관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서 미생물에게 서식지로 제공할 뿐 아니라 줄기차게 풀을 뜯어 이들을 먹여 살린다는 점에서, 어쩌면 소가 미생물을 위해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다. 곤충도 미생물과는 찰떡궁합이다. 저자는 생물이 곤충을 다양화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곤충과 미생물은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하는 관계인데, 같은 종의 곤충이라고 할지라도 구별되는 몇몇 집단에서는 다른 여정과 양태를 보이며 공진화한다. 두 집단을 구성하는 개체들은 교배가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미생물이 하는 일의 위대함은 도무지 그 끝을 알 수 없다.

인간도 미생물의 영향에서 예외는 아닌데, 저자는 책의 절반을 인간과 미생물의 상리공생을 밝히는데 할애한다. 인간 피부에는 ‘엄청난 양’의 미생물이 서식하는데, 제아무리 열심히 문지르고 닦아도 미생물막은 사라지지 않는다. 박테리아와 말라세지아 속 같은 효모균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이 막은 분비물과 죽은 피부 또는 박리 중인 피부 등을 먹고 산다. 이 미생물들이 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악취를 내기도 하지만, 저자는 무균 상태를 목표로 기운 빼지 말 것을 권한다. ‘깨끗한 더러움’ 상태를 유지하면 피부를 먹으면서 ‘병원체들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미생물 군집을 이르는 마이크로바이오타는 소화기관에서도 병원체와 먹이를 놓고 경쟁한다. 또한 림프구를 자극해 염증 반응의 강도를 약화시키며 염증을 활성화시키는 다른 림프구들은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체내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오타가 인간의 행동 양식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일부 박테리아는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심지어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세로토닌 합성에 박테리아가 일정 역할을 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험적 증거는 아직 희박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오타는 인간의 사회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국에 ‘먹방’이 유행하는 것을 저자가 아는지 모르지만, 책의 마지막 두 장은 공교롭게도 미생물과 관련한 먹을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생물은 먹을 수 없는 것을 먹을 수 있도록 바꾸는 힘이 있다. 발효라는 조상들의 지혜 때문이다. 발효는 불청객 미생물로부터 음식을 보호하고, 독소를 제거해 궁극적으로 식품의 품질을 향상시킨다. 치즈, 와인, 맥주, ‘요거트’ 등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대부분 발효, 즉 미생물 덕에 가능한 음식들이다.

‘혼자가 아니야’는 동식물은 물론 인간마저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생물임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미생물은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와 공조하며 ‘상승작용과 상호 변화’를 이뤄간다. 다만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했다고 떠벌리지도 않는다. 묵묵히, 때론 각종 병을 유발하는 ‘유해하기만 한 존재’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미생물의 존재야말로 인간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생물이 있어 우리는 먹고 마시며 삶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천상천하유아독존’하고 싶어 하는 우리에게 말한다. “혼자가 아니야!” 520쪽, 2만5000원.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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