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호 대표가 지난 12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BnBK㈜ 사옥 집무실에 놓아둔 3차례 홀인원으로 받은 트로피를 모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성호 대표가 지난 12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BnBK㈜ 사옥 집무실에 놓아둔 3차례 홀인원으로 받은 트로피를 모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성호 BnBK㈜ 대표

20년전 ‘그린 키퍼’로 입문
현재 골프장 10곳 코스관리

“거리측정기·코스맵 활성화
언젠가는 노캐디 시대될것”

드라이버 230~240m 이상
베스트스코어 74타 기록

클럽챔피언 모임서 ‘꼴찌’
자존심 상해 연습에 매진


20년 전 ‘그린 키퍼’로 골프계에 발을 디뎠던 권성호(49) BnBK㈜ 대표는 현재 국내 유수의 골프장 10곳의 코스 관리를 진두지휘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권 대표는 3년 전부터 한 골프장의 예약, 운영, 식음료, 코스관리까지 통째로 맡아 운영하면서 위기에 빠진 국내 골프장이 가야 할 길을 3년째 ‘실험’하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BnBK㈜ 본사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 권 대표는 그린 키퍼 출신. 2007년 잔디전문가인 선배 세 명과 함께 골프장 코스 관리 전문기업을 만들었다. 지금은 강원 춘천의 스프링베일CC를 위탁 운영하는 ㈜KIGM과 골프장 식음료 및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론푸드까지 3개 회사로 성장했다. 권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찾아온 국내 골프장 경영 위기가 우리에겐 약진의 기회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스프링베일CC를 위탁 운영하면서 캐디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노캐디’로 운영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캐디 구인난에 봉착해 시험적으로 골퍼들이 직접 카트를 운전하고, 채도 갖고 다니게 했다. 안전사고나 진행 우려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골퍼들 주머니 부담을 더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이젠 다른 골프장들이 벤치마킹해서 몇 홀 간격으로 ‘마셜 캐디’를 두거나, 캐디가 카트만 운전해 주는 곳도 생겨났다. 권 대표는 “이젠 거리측정기와 코스 맵도 활성화돼 있어 캐디의 역할이 줄어들었기에 캐디 없는 골프장은 언젠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권 대표는 지도교수의 소개로 골프장에 입사했다. 잔디연구소에서 1년간 그린 키퍼 공부를 했고, 경기 포천의 일동레이크CC가 첫 직장이었다. 권 대표가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SK그룹 소유던 골프장이 농심그룹으로 바뀌었다. 한번은 그룹 고위층이 골프장에 와 그를 불러 “왜 오후만 되면 그린이 느려지냐”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온종일 같은 그린 스피드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그린을 하루 두 번씩 깎을 수 있지만, 이럴 경우 그린이 살아남지 못할 게 뻔했다. 해답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견학에서 찾았다. 그린에 생장조절 물질을 뿌려 그린이 잘 자라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 눈에 들어왔다. 일동레이크CC를 나온 뒤 스카이72골프장 공사 시절 72홀 양잔디를 관리할 인력을 모집하면서 코스관리 위탁회사의 관리소장을 맡았고 이후 전남 해남 파인비치, 롯데가 운영하는 스카이힐 제주, 성주, 부여, 김해까지 현장 기준으로 10곳을 운영해왔다.

권 대표는 “국내 골프장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은 업종이 된 지 오래”라며 “1000억 원 들이고도 매출은 100억 원도 채 안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골프장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주 52시간 근무로 인해 노무 관계마저 어려워지는 악조건에 직면했다. 그래서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얻기 위해 코스관리를 전문기업에 맡기는 사례가 많아졌다. 실제 골프장마다 장비 구입 예산만 20억 원이 넘는데 1년에 단 한 번만 쓰는 장비도 사야 한다. 권 대표는 “코스는 전문가 한 명이 관리하는 게 아니다”라며 “매뉴얼을 만들면 누구라도 잔디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업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가 운영하는 3개 회사의 전체 직원은 250명이 넘는다. 예전엔 그린 관리 인력이 홀당 1명 가까이 될 때도 있었지만, 권 대표는 코스관리 인원을 18홀당 5∼7명으로 줄였고 그나마 파트타임 근무자가 많다. 권 대표는 “골프장에서 해야 하는 일을 분석했더니 1320가지나 됐다”면서 “이를 큰 카테고리 30개로 묶어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매일 하는 작업 중 그린을 깎고, 벙커를 다듬고 홀컵 뚫는 일은 은퇴한 전문가를 파트타임으로 고용해 비용을 절감했다.

코스 관리자는 반드시 골프를 잘 쳐야 한다는 게 권 대표의 지론이다. 권 대표는 인사고과 항목에 90타 이내를 쳐야 이익을 받는 조항을 명문화할 만큼 직원들이 골프 치는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권 대표는 “직원이 골프 치러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골프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골프를 치면 고객 입장에서 코스를 볼 수 있고 직원 복지 차원에서도 권장할 만하다”고 말했다. 권 대표 역시 골프장에서 근무하면서 정규 시간 전 또는 점검하기 위해 자주 나가 골프를 배웠다.

권 대표는 지금도 드라이버 230∼240m 이상 보내는 편이다. 장타자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 성적은 좋지 않았다. 권 대표는 “지금도 잔디를 살피는 직업병 탓에 경기 집중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코스에 나가면 잔디 사진을 찍는 게 주요 일과였다. 2년 전 자신이 관리하는 롯데 스카이힐 제주 클럽 챔피언들이 주축이 된 ‘톱 텐’ 모임에 들어갔다. 우연히 한·중 클럽챔피언 대항전 멤버로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첫 대회에 나갔던 게 인연이 됐다. 80대 초중반 실력으로 모임에서 늘 꼴찌를 도맡아 했던 그는 자존심이 상했다. 이젠 골프도 잘 쳐야겠다는 생각에 짬짬이 인터넷 골프 스윙 동영상을 보면서 실력을 길렀다.

권 대표의 베스트스코어는 2년 전 기록했던 74타. 운 좋게도 홀인원은 5년 사이 3차례나 작성했다. 첫 홀인원은 2012년 10월 경기 시흥의 360도 골프장 4번 홀(파3)에서 만들어냈다. 티샷을 쳤는데 그린이 보이지는 않았기에 동반자가 먼저 확인한 뒤에야 홀인원인 줄 알았던 것. 이어 2013년 롯데스카이힐 제주 오션코스 5번 홀(파3)에서 작성하더니 지난해 롯데스카이힐김해 힐코스 4번 홀(파3) 146m 거리에서 8번 아이언으로 뽑아냈다. 권 대표의 3차례 행운은 직원들과 함께 나선 코스 점검때 나왔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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