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풀숲은 곤충 천지다. 풀숲을 헤치면 온갖 곤충이 한꺼번에 우수수 떨어진다. 이들 풀숲 곤충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방아깨비’다. 다른 곤충에 비해 몸집이 클 뿐만 아니라, 긴 뒷다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긴 다리에 눈길이 간다.

‘방아깨비’는 몸집이 커서 재빠르지 못하다. 그래서 쉽게 잡을 수 있다. ‘방아깨비’를 잡아 뒷다리를 쥐면 방아를 찧듯 몸을 끄덕끄덕 움직인다.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해 아이들은 “아침 방아 찧어라. 저녁 방아 찧어라. 콩콩 찧어라”고 노래 부르며 놀았다. 그리고 누구의 ‘방아깨비’가 더 오래 방아를 찧는지 겨루기도 했다. 이쯤 되면 ‘방아깨비’의 ‘방아’가 ‘곡식 따위를 찧거나 빻는 기구’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곤충도감에서는 ‘방아깨비’를 ‘뒷다리를 잡으면 방아처럼 움직인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명은 ‘깨비’의 어원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온전하지 않다. ‘깨비’의 어원은 ‘물명고’(19세기)에 나오는 ‘방하아비’를 통해 쉽게 풀 수 있다.

‘방하아비’는 ‘방하’와 ‘아비’가 결합된 형태여서 ‘깨비’가 ‘아비’와 관련된 어형임이 드러난다. ‘아비’는 본래 ‘부(父)’의 뜻이나 여기서는 ‘다 자란 곤충’, 곧 ‘성충(成蟲)’을 지시한다. ‘등에아비(‘등에’의 옛말)’ ‘장구아비(‘장구벌레’의 방언)’ 등의 ‘아비’도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방하아비’는 ‘방아를 찧는 듯한 행동을 하는 성충’ 정도로 해석된다.

19세기의 ‘방하아비’는 20세기 초 문헌에는 ‘방아까비’로 변해 나온다. ‘방하’가 ‘ㅎ’ 탈락에 의해 ‘방아’로 변한 것은 자연스러우나, ‘아비’가 ‘까비’로 변한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변화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유추’에 의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방아까비’는 ‘ㅣ’ 모음 역행동화에 의해 ‘방아깨비’로 변해 현재에 이른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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