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집’ 윤가은 감독

“다양한 영화가 나오는 세상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 어떤 감독이 돼야 할지 계속 질문을 던져요.”

장편 데뷔작 ‘우리들’에 이어 신작 ‘우리집’에서도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펼친 윤가은(사진) 감독은 “‘나만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6년 초등학교 여학생들 간의 우정을 세밀하게 그린 영화 ‘우리들’로 호평을 받으며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윤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우리집’은 어른들의 잘못을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 하는 아이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12살 하나(김나연)는 얼굴만 마주하면 다투는 부모 때문에 우울하다. 그는 어린 시절 바닷가로 가족여행을 떠나 찍은 사진을 보며 다시 여행을 가면 부모의 사이가 좋아질 거란 기대를 한다. 10살 유미와 7살 유진 자매는 부모의 일로 자주 이사를 해야 하는 게 불만이다. 우연히 동네에서 만나 가까워진 하나와 유미, 유진은 각자의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는 스스로 고민을 풀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문화일보와 만난 윤 감독은 두 편의 내용이 “내 안에서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어른이 주인공인 영화를 봐도 아이에게 감정 이입할 때가 많아요. 아이들도 어른하고 똑같은 마음의 작동원리가 있어요. 느끼고, 인식하고, 해결하려 노력하죠. 저도 어렸을 때 그랬어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말을 꺼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요. 어떻게 꺼내야 할지도 모르고요. 그렇게 감정이 쌓이게 돼요. 저의 옛날 기억을 떠올린 게 아니라 예전에는 기회가 없어서 못 한 이야기를 이제 하는 거죠. 지금도 제 안에 맺힌 게 많은가 봐요(웃음).”

영화 ‘우리집’의 한 장면.
영화 ‘우리집’의 한 장면.

윤 감독은 애초 가정폭력으로 학대받는 아이를 내세우려 했지만 결국 따뜻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또 전편과 마찬가지로 관계와 소통을 강조하는 이야기로 완성됐다.

“폭력과 학대가 만연한 게 현실이고, 그걸 영화적으로 포착하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에요. 근데 센 이야기로 시작해도 준비과정에서 따뜻한 이야기로 돌아오게 돼요. 현실 자체를 다루려면 내공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더이상 못 들어가게 돼요. 아이들과 그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현장이 상상이 안 돼요. 제가 써놓고 연출을 못할 것 같아요. 어린 배우들을 설득할 자신도 없고요. 또 처음에는 하나 혼자만의 이야기를 펼치려고 했다가 너무 외로워 보여서 용기를 줄 친구들을 만들었어요. 제가 실제로 그랬어요. 제 안의 외로움을 혼자 해결하려 했어요. 영화 속 주인공이 저와 같을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관계를 만들었어요.”

그는 어린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성인들이 지켜야 할 촬영 수칙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9번째 조항 마지막 문장에 그의 바람이 담겨 있다. ‘어린이들의 멋진 거울이 돼주세요. 존중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세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어린 배우들은 현장에서 소화할 게 너무 많아 힘들어요. 현장에서 뭐라도 배우고 힘을 내려면 좋은 어른들과 함께했다는 느낌을 줘야 하죠. 저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나 고민하고, 한 작품 끝나면 반성하게 돼요.”

“이 영화가 관객에게 삶의 어떤 부분이든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그는 튼튼한 마음을 지니고 싶다고 강조했다.

“저는 10 정도 차려놓고 한 가지라도 맛있게 드시길 바라는데 100을 맛봤다는 분도 있어요. 그런 분들께 새롭게 배워요. 어린 관객은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보고, 어른들은 어린 시절 정확하게 위로받지 못했던 마음을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저 스스로 위로하려고 만든 영화이기도 해요. 앞으로도 꾸준히 지치지 않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히 준비해야죠. 일단 쉬고 싶어요(웃음).”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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