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제재를 위반하고 시리아로 석유를 밀반입한 혐의를 받은 이란 유조선이 18일 지브롤터를 떠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이란 유조선 압류 요청을 받은 지브롤터 당국은 “미국의 제재는 EU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위반하고 시리아로 석유를 밀반입한 혐의를 받은 이란 유조선이 18일 지브롤터를 떠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이란 유조선 압류 요청을 받은 지브롤터 당국은 “미국의 제재는 EU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다. AP연합뉴스
선박의 이름 바꾸고 어제 출항
이란국기 달고 그리스로 항해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미국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 압류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이름을 ‘아드리안 다르야 1호’로 바꾼 이 유조선은 18일 닻을 올리고 지브롤터를 떠나 이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자정을 앞둔 시간에 이란의 아드리안 다르야 1호가 이동했다고 AP,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란 국기를 단 이 유조선의 목적지는 그리스 남부 칼라마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브롤터 행정청은 1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유럽연합(EU)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압류 연장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브롤터 행정청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미국을 도울 수 있도록 이 같은 요청을 신중하게 고려했다”면서도 “사법부에 그레이스 1호의 압류 결정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레이스 1호는 EU의 제재 사항을 위반했다”며 “지브롤터에 적용되는 EU의 대이란 제재 범위는 미국보다 훨씬 좁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돈세탁 및 테러 관련 법률 위반 등으로 대이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의 적용을 받지만 지브롤터와 영국, 그리고 나머지 EU 국가들은 해당 법을 적용할 수 없어 이란에 미국과 동등한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15일 지브롤터 대법원은 지브롤터 해경에 나포된 이란 국적의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방면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이란 정부로부터 해당 선박에 실린 원유를 시리아에 수송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 문서 확약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레이스 1호를 계속 억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미 연방법원은 연방검찰의 요구에 따라 그레이스 1호에 대한 압수영장을 16일 발부해 제동을 걸었다.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란에서 시리아로 불법적으로 원유를 반출하는 데 그레이스 1호가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해당 유조선에 실린 석유의 가치가 약 1억3000만 달러(약 1573억 원)에 달한다”며 “억류에서 풀려날 경우 더 많은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레이스 1호는 지난달 4일 EU 제재를 위반해 시리아로 석유를 밀반입한 혐의로 지브롤터 연안에서 붙잡혔다. 해당 유조선은 21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실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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