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중 문개방 점검 등 업무에
국립대 1243명 채용 8억 소요
교통안전표지 현장 조사원 등
고용 질보다 양 늘리기에 급급
예비비 799억 통해 재원 조달
“편성요건에 미달” 법위반 소지
정부가 지난해 약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창출한 ‘맞춤형 일자리’ 대부분이 업무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1∼2개월짜리 ‘단순일자리’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질 낮은 일자리를 대거 늘리는 과정에서 불법 소지가 있는 예산 편성까지 강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최악의 고용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상용직이 늘어 고용의 질은 좋아졌다”고 항변했지만, ‘질 나쁜 일자리’인 단기 아르바이트 창출만 반복하고 있다는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20일 문화일보 취재진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보라(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분석 기초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연말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총 1058억68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구체적으로 ‘청년실업 완화·재해예방 등 지원이 시급한 일자리’에 219억3900만 원, ‘대국민 서비스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일자리’에 345억9500만 원, ‘어르신·실직자·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소득지원 일자리’에 489억3500만 원을 집행해 모두 5만1106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면면을 들여다보면 ‘막대한 세금을 써가며 이런 업무까지 만들어도 되나’ 의구심이 드는 일자리가 많았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해 국립대 학생 1243명을 채용한 ‘고유가 시대 에너지 지킴이’의 주요 업무는 빈 강의실의 적정온도를 유지하거나 난방 중 문 개방 여부, 공실 소등 등을 단순 점검하는 일이었다. 해당 직종 고용엔 무려 8억400만 원의 국립대학 시설 확충 사업비가 활용됐다. 교실 불 끄는 학생에게 1인당 약 65만 원의 급여가 주어진 셈이다.
이외에도 폐비닐 등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요원 5564명, 동사무소에 등록된 독거 노인의 집을 찾아가 생활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원 2585명, 전국 도로에 설치된 교통안전표지 현장조사원 1994명, 일자리 안정자금 현장홍보 및 접수요원 168명 등 질 낮고 한시적인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기존편성 예산을 활용한 ‘청년추가 고용장려금’을 제외하고 일 경험 축적 등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별 상세 집행 내역 46건을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전산화·DB 구축 및 정비(17건) △방문·실태조사(19건) △교육·홍보(3건) △점검·지원보조(7건) 등 모두 단순 반복이 가능한 업무로 분류됐다.
질보다 양 늘리기에 급급했던 정부는 맞춤형 일자리 창출에 불법 소지가 있는 예산 편성을 하기도 했다. 정부는 해당 사업에 예비비 799억 원을 집행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비는 △본예산 편성 당시 예측할 수 없었는지(예측 불가능성) △연도 중 시급하게 지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시급성) △기정예산으로 충당이 가능한지(보충성) 등 여부에 따라 편성돼야 한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연말 맞춤형 일자리 집행을 위해 예비비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해당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재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신 의원은 “지난해 하반기 일자리 파탄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급조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은 ‘효과 없음’으로 판명 난 ‘꼼수’”라며 “정부가 예비비 편성 요건을 어기고 기금 변경 조건을 눈감으며 집행한 국민 혈세 1000억 원이 제값을 하지 못한 채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최근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우리 사회의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을 위한 일자리”라면서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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