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갈등
행안부, 2차례 공문 보내 ‘제동’
예산낭비·교통혼잡 논란 가중
세종대왕상 등 구조물 재배치
이순신상은 반발에 존치 검토
사직로와 율곡로 일부도 축소
지하는 ‘광화문~동대문’ 연결
착공도 못했는데 사업비는 ↑
올초보다 17% 늘어 1239억
완공되면 극심한 정체 불가피
대규모 시위공간 변질 우려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광장은 지난 2009년 이후 10년여 만에 탈바꿈하는 셈이다. 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광화문의 ‘역사성’ 회복과 지상·지하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보행성’ 회복에 방점을 두고 진행해 왔다.
지난 1월 서울시가 발표한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인 ‘딥 서피스’(Deep Surface) 설계안에 따르면, 새 광장의 전체 규모는 6만9300㎡로 기존 1만8840㎡에서 3.7배로 넓어진다. 반면 현재 왕복 10차로인 세종대로는 6차로로 줄어든다. 경복궁 앞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사직·율곡로 일부 차로를 축소한 자리에는 월대를 포함한 역사광장(약 4만4700㎡)이 조성되고, 역사광장 남측 세종문화회관 쪽 차로를 없앤 공간에 시민광장(약 2만4600㎡)을 조성한다.
시는 경복궁과 북악산의 원경을 광장 어디서든 막힘없이 볼 수 있도록 질서없는 구조물 배치를 정리하고, 지상광장에 대형 이벤트가 열릴 수 있도록 ‘비움의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이를 위해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상을 세종문화회관 옆과 옛 삼군부 터(정부서울청사 앞)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직후 논란에 휩싸이자 세종대왕상은 이동하되 이순신 장군상은 존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며 한 발짝 물러났다.
시는 광장을 중심으로 도심 지하 공간을 연결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하 공간을 하나로 통합하고 광화문∼시청∼을지로∼동대문에 이르는 4㎞ 구간에 지하 보행 네트워크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인근은 평소에도 차량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곳으로, 광장 완공 이후 극심한 교통 정체가 예상된다. 세종대로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데다 역사광장 조성으로 사직·율곡로 일부 차로 구간이 사라져 차량 흐름이 바뀌기 때문이다. 기존보다 넓어진 새 광화문광장이 상설 시위장으로 변할 것이란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는 지적이다. 당장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발생해 온 여러 문제로 오랫동안 불편을 겪어 온 종로구 주민이 차량 소통 문제와 일상적 시위공간 변질 등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예산 낭비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광화문광장은 지난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기에 조성됐다. 1년 3개월 공사에 약 700억 원이 투입됐지만, 조성 공사 결과 큰돈을 투입하고도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에 휩싸여야 했다.
계속 늘어나는 사업비도 문제다. 시는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예산을 공모전 당선작 발표 당시보다 185억 원 늘려 잡은 상황이다. 애초 시민광장 사업비로 313억1500만 원을, 역사광장 사업비로 국·시비를 합쳐 741억7700만 원을 책정해 모두 1054억9200만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는 지난 5월 시의회에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시민광장 조성 사업비를 497억6900만 원으로 늘렸다. 총사업비는 17.5% 늘어난 1239억4600만 원이 됐다. 설계안에 지하 공간 조성이 포함되며 사업비가 증가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국정과제와도 연결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등을 담은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 정책을 약속한 바 있다. 해당 공약 사업을 총괄했던 ‘광화문 대통령 시대위원회’는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을 대체할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집무실 이전 계획을 재구조화 사업 이후로 유보했다.
한편 행안부와의 갈등은 올 1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위한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한 직후부터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부겸 당시 행안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설계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서면서 사업이 삐걱댔다. 행안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건물 일부와 부지가 새롭게 조성되는 공원과 우회도로 등에 편입되는 점 등을 두고 공개 반발한 것이다. 진영 행안부 장관 취임 이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행안부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9일 두 차례 시에 공문을 보내 의견 수렴을 이유로 사업 일정 조정을 요구했다.
시는 지금껏 실무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져 큰 문제 없이 추진해왔던 사업에 갑작스레 행안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을 반복해 밝히고 있다.
우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제동을 건 행안부의 명분이 ‘시민과의 소통’인 만큼, 관련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시는 시민 여론 수렴을 위해 운영해 왔던 ‘광화문광장시민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기자설명회를 자주 개최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와의 실무협의도 조속히 추진해 보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위원회에 참여하는 시민에게 SNS나 소식지, 이메일 등으로 소통을 확대해 갈 방침”이라며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 강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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