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
2025년 일반고까지 확대계획
교사 “2~3개 과목씩 수업 부담”
대입 유리한 과목 쏠림 우려
절대평가 도입 과제로 남아
교육 당국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를 내년 마이스터고(高)에 우선 도입기로 했다. 고교학점제란 대학생처럼 고교생도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과목을 골라 듣고 누적 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정부는 오는 2022년에는 특성화고, 2025년에는 일반고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준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0학년도 마이스터고 학점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학생의 ‘선택권’ 확대다. 학기 초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는 방식에서 학생 스스로 원하는 수업을 골라 시간표를 짜는 방식으로의 변화다. 한 교실에 1~3학년 학생들이 섞여 같은 수업을 듣고, 인근 학교에서 학점을 이수하는 풍경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우선 ‘명장 양성’을 목표로 하는 마이스터고에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일종의 ‘선도 그룹’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마이스터고는 입학 때부터 전공이 정해지고, 직업 교육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학점제를 도입하기 쉬운 환경이다.
이에 따라 내년 전국 51개 마이스터고 1학년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이 아닌 타 학과 수업도 들을 수 있다. 일정 수준(최소 24학점)을 취득하면 ‘부전공’으로 인정받는다. 소프트웨어학과 학생이 ‘기계학과 부전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선택과목을 확대해 소프트학과 내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과정’ ‘정보보안 과정’ 등 세분화한 직무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인근 학교에 개설된 공동교육과정이나 대학, 산업체, 지역시설 등 타 기관의 직업교육을 이수하는 것도 학점으로 인정된다. 일부 과목에 대해선 절대 평가(성취평가)가 도입돼 A~E등급 중 E 등급을 받으면 보충학습을 받아야 한다. 3년간 이수해야 할 학점은 192학점으로, 수업시간은 이전보다 10%가량 줄어든다.
학교 현장에서는 “방향은 공감하지만, 준비가 덜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마이스터고 교사는 “과목이 다양해지는 만큼 교사도 2~3개 과목씩 수업을 하거나 강사를 초빙해야 하는데 부담이 크다”며 “수업공간이나 실습프로그램 등도 확대돼야 하지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에 맞춰 교육과정을 짜야 하는 일반계고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현재의 상대평가 방식으로는 내신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 ‘진로와 적성에 맞게 과목을 선택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내신은 물론 수능까지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게 교육계의 목소리다. 하지만 이는 대학 제도 개편과 직결된 문제여서, 5년 안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한 인문계고 교사는 “솔직히 말해 급조해 운영 중”이라며 “대학입시에 어떤 과목이 유리할지 모르니 학생들도 과목 선택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학교는 운영의 효율성을 무시할 수 없어 몇 개 과목만 개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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