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문화부 부장

관광지의 가장 큰 자산은, 문화재나 명승이 아닌 ‘평판’이다. 제주에는 일출봉도, 산굼부리도, 협재해수욕장도 있다. 하지만 휴가철 여행자들이 제주를 생각하며 떠올리는 건 이런 경관이 아니라 ‘바가지’라는 평판이다. 제주뿐만 아니다. 경주도, 동해안 휴가지도, 심지어 ‘국내 여행지’ 전체를 봐도 그렇다. 바가지 피해가 다소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국민은 ‘휴가철 국내여행 = 바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래서 ‘화가 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일본여행 보이콧 특수’를 겨냥한 국내여행 이벤트를 진행했다. 여행 계획을 잘 짜서 제출한 100팀에게 각각 100만 원씩 모두 5000만 원의 여행비를 지원하는 이벤트였다. 선심성 이벤트 공지에 달리는 댓글은 긍정 반응 일색이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애국심으로 지방 휴가지 가서 바가지 쓰고 싶지 않다.” “국내여행은 바가지. 국내 성수기에 2박 3일 하면 돈 100만 원은 우습게 나가는데….” 비난을 넘어 비아냥거리는 댓글도 적잖았다. “한 철 장사랍시고 몇 배로 불려서 파는 우리나라에서 여행하고 싶나 보네.” “나중에 돈 많이 벌어 부자 되면 국내여행 갈게요.” 댓글을 읽었다는 관광공사의 한 직원은 “국내관광이 이렇게 불신받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참담했다”고 말했다.

피서지의 바가지요금 문제는 상인을 ‘때려잡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 숙박업소는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자율요금제로 운영한다. 요금을 숙박업소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건, 숙박료를 비싸게 받는 게 불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니 지자체는 궁여지책으로 건축법이나 주차장법, 공중위생법, 소방시설법 위반 사실을 뒤져 요금인하의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권유나 협조, 계도고, 경우에 따라 협박으로 받아들일 소지마저 없지 않다. 문제는 이렇게 한다 해도 휴가지의 바가지요금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광 분야는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책으로 관리되는 게 마땅하다. 바가지요금의 원인을 오로지 업주의 비양심 탓으로만 몰아붙이는 건 전근대적 사고다. 매년 반복되는 휴가철 바가지요금 문제는 내국인 여가정책의 총체적 실패라 할 수 있다. 시기를 분산하고 지역을 분산하는 데 실패했다. 특정 지역에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고 공급이 정체되면 바가지요금이 횡행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중앙정부는 휴가 시기를 분산하는 정책개발에 나서고, 지자체는 휴가철 관광객의 공간 분산이란 목표를 세워야 한다. 관광지 배후 지역의 숙박업소나 식당 정보를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바가지요금 문제를 넘어 ‘구조화된 관광지의 고물가구조’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국민을 상대로 국내여행에 대한 정교한 ‘평판 관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의 국내여행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라면 정책당국 입장에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의 부정적 평판이, 일본여행 보이콧 반작용의 특수는커녕 그나마 남아 있는 내국인들의 국내여행 불씨마저 꺼뜨릴까 걱정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parking@munhwa.com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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