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송현동과 중구 신흥동을 연결하는 ‘배다리 관통도로’ 건설공사가 지난 2011년 송현동 쌍굴터널 앞에서 중단되면서 8년째 개통하지 못하고 주차시설로 방치돼 있다.  인천시청 제공
인천 동구 송현동과 중구 신흥동을 연결하는 ‘배다리 관통도로’ 건설공사가 지난 2011년 송현동 쌍굴터널 앞에서 중단되면서 8년째 개통하지 못하고 주차시설로 방치돼 있다. 인천시청 제공

- 인천시·시민단체·주민대책위 합의안 극적 도출

동구 송현동~중구 신흥동 연결
1999년부터 2.92㎞ 도로 추진
주민들과 갈등 해소 못해 답보

작년 민관협의회 구성했지만
공전 거듭하다 7월부터 변화
지하화·50㎞ 속도제한 등 합의
2022년엔 산업도로 개통 가능


인천의 대표적 갈등사례로 꼽혔던 ‘배다리 관통도로’가 공사를 중단한 지 8년 만에 재개된다. 이제는 ‘민관협치’의 성공사례가 된 배다리 관통도로는 인천 원도심인 동구 송현동과 중구 신흥동을 연결하는 총 길이 2.92㎞의 산업도로로 1999년 실시계획 인가가 고시되고 20년째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준공을 못 한 채 개통이 지연돼 왔다. 인천시는 배다리 관통도로의 공사 재개를 위해 민관협의 기구를 출범, 7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22일 밝혔다. 인천시를 비롯한 8개 유관 기관과 시민단체, 주민대책위 등이 서명한 합의안에는 기존의 산업도로 ‘전면폐기’와 ‘전 구간 지하화’ 같은 극단적 요구는 철회하고, 대신 통행 차량의 속도 제한과 일부 지하화 한 구간의 지상부지 활용방안 등이 담겼다.

◇민관협의회 구성부터 합의까지 =‘소통’을 시정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민선 7기 인천시는 지난해 출범 이후 최우선 과제로 배다리 관통도로를 둘러싼 갈등 해결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주민대책위와 협의회 구성을 위해 수차례 사전 만남을 실시했지만 20년 가까이 쌓인 불신의 벽을 허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10월 가까스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그해 12월까지 4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던 민관협의회가 변화의 조짐을 보인 것은 지난달부터다. 시 정부를 대표해 협의기구에 참여했던 이종우 시민정책담당관(4급)이 갈등의 중심인 인천 동구 금창동, 일명 ‘쇠뿔마을’에 들어가 살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그동안 공무원을 마치 삶의 터전을 뺏기 위한 점령군처럼 적대시하던 주민들도 이 담당관의 진정성에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열어 보였다.(문화일보 7월 29일자 29면 참조)

이후 중단됐던 민관협의회는 1주일에 한 번꼴로 열려 접점을 찾아갔다. 2011년 이후 공사가 중단된 동구 송림로∼유동삼거리까지 배다리 구간(380m)을 지하화하고, 차량 속도를 제한하자는 등의 논의가 진행됐다. 관료 행정의 틀을 깨고 갈등 현장에서 직접 주민들을 만나 오해를 풀어가며 이뤄낸 성과다.

◇불통행정에서 민관협치로 = 배다리 관통도로는 보존 가치가 큰 마을의 역사와 근대 문화유산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계획 초기부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당시 낙후된 원도심 개발과 주변 공단을 위한 산업도로의 필요성을 강조한 행정기관은 반대를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총 사업비 2243억 원 중 이미 1616억 원이 투입돼 전체 4개 구간 중 배다리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구간이 2011년 준공됐다. 그러나 배다리의 역사 문화를 지키려는 시민단체까지 주민 편에서 반대 운동에 가세하며 배다리 구간 공사는 8년간 답보상태에 머문 채, ‘불통’과 ‘무능’ 행정의 폐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 민선 7기 출범과 동시에 정책현안 조정회의를 열어 ‘배다리 관통도로’를 둘러싼 갈등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 기구 출범을 제안하고, 갈등조정전문가를 통한 제3자 중재 방안도 내놨다. 이후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대표, 각계 전문가 등 10여 명이 참여한 배다리 관통도로 민관협의회는 모두 7차례에 걸친 협의 과정을 통해 공사 재개를 위한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공사 재개를 전제로 한 합의안에는 배다리 구간 운행속도를 시속 50㎞로 제한하고 5t 이상 차량의 통행금지, 공사에 따른 주민 피해 발생 시 공사 중단, 지하로 지나는 도로의 지상 부지에 주민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 등 8가지 안이 담겼다. 이번 합의로 배다리 구간 공사가 재개되면 늦어도 2022년에는 동구 송현동에서 배다리를 지나 중구 신흥동을 연결하는 산업도로 개통이 가능하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지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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