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City of angels·사진)’은 누아르 뮤지컬을 표방한다. 필름 누아르를 뮤지컬 무대로 가져 왔다는 뜻이다. 스페인어로 ‘천사의 도시’인 로스앤젤레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필름 누아르의 특징인 사설탐정과 팜므파탈의 등장, 살인 사건 미스터리, 주인공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 플래시백의 적극적 사용, 명암을 강조하는 조명, 강렬한 미장센 등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영화 쪽에서 철 지난 장르여서 식상할 법 한데, 뮤지컬 무대를 통해 경험하니 묘하게 신선한 느낌을 받게 된다.
브로드웨이 작품을 국내 초연하는 이 작품은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할리우드 작가 스타인이 자신의 탐정 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과 그의 시나리오 속 탐정 스톤이 부잣집 젊은 부인 어로라로부터 한 사건을 맡으며 위기에 빠지는 이야기가 교차한다. 현실 속의 일은 칼라 색상으로 , 시나리오 속 세상은 흑백으로 보여준다. 자칫 어지러울 수 있는데, 무대 전환이 매끄럽다. 현실 세계 작가와 시나리오 속 캐릭터가 대화를 나누며 페이드 아웃(fade-out) 되거나, 영화처럼 카메라 렌즈가 닫히는 듯한 장면 등은 절묘하다.
음악감독을 맡은 김문정은 18인조 밴드를 통해 원작의 재즈를 풍성하고 유려하게 재현하고 있다. 극중 진행을 돕는 4인조 보컬의 스캣은 관객의 흥감을 한껏 높인다.
주인공 스타인 역을 더블 캐스트로 맡은 최재림과 강홍석은 뛰어난 가창과 연기를 통해 그들이 왜 마니아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가수 출신의 테이와 이지훈이 스톤 역을 연기하는데, 두 배우의 개성과 매력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TV프로그램 ‘무한도전’ 종영 이후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정준하가 이번 작품을 통해 3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그는 현실과 시나리오 속에서 각각 영화계 거물 역할을 맡아 1인 2역을 하는데, 비교적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애프터스쿨 출신의 가희도 1인 2역을 하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쌓는다. 실력파로 꼽히는 임기홍, 백주희, 리사, 방진의, 김경선, 백혜나 등이 함께 출연한다. 10월 20일까지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