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도래한 상상 / 이민경 지음 / 한겨레출판

탈코르셋은 벗어나자는 뜻의 ‘탈(脫)’과 체형 보정 속옷인 ‘코르셋’(corset)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다. 코르셋처럼 여성에게 ‘꾸밈 노동’을 강요하는 각종 문화를 벗어던지자는 운동이다. 탈코르셋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화장하지 않고, 셔츠와 바지를 입으며, 머리를 짧게 깎는다. 단발 대신 쇼트커트, 쇼트커트 대신 투 블록으로, 남성의 영역까지 적극 침범한다.

이 책은 탈코르셋을 실천하며 일상과 생애 전체에서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페미니스트 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가 탈코르셋 운동의 현장에서 진행한 13개의 인터뷰는 탈코르셋이 여성 개개인의 일상에서 구현되는 다채로운 모습을 전달하며, “안 꾸미면 될 걸 가지고 운동 씩이나?”로 대변되는, 탈코르셋에 관한 피상적이고 평면적인 이해를 일축시킨다. 저자는 탈코르셋 운동을 이렇게 정의한다.

“탈코르셋은 자신의 마음을 고려하느라, 남성의 눈치를 보느라,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논리를 따르느라 둔감화된 고통을 생경하게 만들기 위한 운동이다. 벗어야 할 코르셋이 무엇부터 무엇까지를 의미하는지는 그것을 입은 상태에서는 알 수 없다. 알기 때문에 벗는 것이 아니라 벗어야 알게 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여성의 몸이 고통에 둔감해졌다는 것이 탈코르셋 운동의 핵심이다.”

그러나 저자는 탈코르셋 운동을 ‘꾸밀 자유’ 정도로 치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탈코르셋은 ‘외모 지상주의’ 대신 ‘외모 다양성’을 추구하며, 단순히 ‘꾸미지 않을 자유’를 넓히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기존의 흐름을 적극 비판하며 터져 나온 운동”이라고 경계한다. 탈코르셋 운동은 결코 ‘만만한 싸움’이 아니다.

“사실상 여아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고삐에 매여 끌려가다시피 해요. 미용 산업 쪽으로요. 태어나서 선물받는 옷의 형태도 너무 다르고, 약간만 크면 메이크업 키트를 장난감이랍시고 팔고, 놀이공원에서도 공주 판타지, 그러니까 메이크업을 하고 퍼레이드에 참여할 권리를 몇만 원에 팔죠.”

그 같은 현실인식 때문일까. 후기에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탈코르셋 운동의 투쟁 상대는 자기 자신이다.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미디어와 사회구조를 비판하더라도 결국은 욕망을 파고들어 내면화된 압력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1만6000원, 396쪽.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